'똑바로 살아라' 노형욱 "배우→고깃집 직원, 생존 탓에 꿈 멈춰"[★창간19 인터뷰-별의별답①]

김나연 기자 2023. 9. 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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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김노을 기자, 안윤지 기자]
2023.08.30 배우 노형욱 인터뷰 /사진=이동훈
'육남매'부터 '똑바로 살아라'까지. 배우 노형욱은 누군가의 추억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구나 그렇듯 거창한 욕심도, 포부도 있었지만 언제까지나 꿈 속에서만 머물 수는 없는 현실이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해야 했지만, 노형욱은 꿈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반짝이던 과거를 뒤로 하고 "배우라고 불리기엔 민망할 정도"라고 말할 정도의 현실이 됐지만 그는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빛날 날을 기다리며.

어두운 사막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었던 스타뉴스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노형욱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형욱은 일주일 중 단 하루의 쉬는 날, 서울시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서울까지 나와서 좋다"고 말한 그는 현재 고깃집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2019년 TV CHOSUN '바람과 구름과 비'로, 주모의 동생인 팽구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후 그의 작품 활동은 전무하다.

그는 "필모그래피를 보면 공백기는 길었지만 중간중간 한 작품씩은 했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예전에 함께 계셨던 형이 전화 와서 '작품 같이 하자고 했었지? 하자'라고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 몇 달 있다가 연락이 와서 술을 마시고, 심플하게 캐스팅이 됐다. 제가 잘한 것도 없는데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바람과 구름과 비' 촬영을 끝내고, 작품을 기다리던 노형욱은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그는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제가 짠했는지 아는 형이 그럴 바에는 일을 좀 하라고 해서 지금은 고깃집에서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다. 한 1년 반 정도 된 것 같다"고 했다.

노형욱은 "배우에 대한 의지가 꺾였기 때문에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약속한 행동을 할 때가 가장 재밌고, 행복하다. 상상해보면 너무 재밌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사실 삶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것 같다. 삶이 한 번 맞춰져 있으니까 퇴근하면 피곤해서 자기 바쁘고, 또 일어나면 출근하기 바쁘다. 말 그대로 배우가 아닌 직장인의 삶에 맞춰져 있는 것"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출연료는 악순환의 고리다. 만약 10월에 첫 방송이면 11월 쯤에 돈을 받고, 사실상 부채를 갚으면 끝난다. 생활 패턴이 좀 돌아왔다 싶으면 방송이 끝난다"며 "애초에 안정적으로 배우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있거나 배우로서 왕성하게 활동한다면 순조롭게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같은 포지션이 가장 애매하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고, 또 살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노형욱은 "지금은 저의 생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서 생활을 위해 배우 활동을 잠시 쉬고 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2023.08.30 배우 노형욱 인터뷰 /사진=이동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고기를 구우면서 자극을 얻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다들 못 알아보셨는데 이제는 10테이블 중 두세 테이블은 저를 알아보신다"며 "사실 매일 신기할 따름이다. 저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배우도 아닌데 모르는 사람 입에서 제 이름 석 자가 나올 때가 가장 신기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분들도 가끔 저를 알아보시는데 '어떻게 아셨냐'라고 물어보면 방금까지 유튜브로 '똑바로 살아라'를 보고 왔다고 하시더라. 그러면 사장님 몰래 서비스를 드린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나이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39살이라고 하면 다들 놀라신다. 그분들의 기억 속에 저는 아역이고, 19살에 멈춰 있는 거다. 일에 치여 잊고 살다가도 저를 알아보시는 분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도 든다. 배우로서 꾸준히 활동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에는 배우로서 기회가 적어서 우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닌 다소 무기력한 상태였던 것 같다.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건강하게 살면서 내가 가진 삶의 재료들을 꺼내놓고 싶다. 배우는 정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하며 여전한 열정을 전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김노을 기자 sunset@mtstarnews.com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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