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키웠다" 혼자서 '끙끙', 버티던 엄마…대상포진 합병증 시달린다

이창섭 기자, 박정렬 기자 2023. 9. 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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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공포의 대상포진, 가격도 무섭다(下)
[편집자주] 한번 걸리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상포진은 요즘 같은 환절기를 잘 노린다. 큰 일교차에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틈을 타 침입하기 좋아서다. 최근 백신 수요가 높아진 배경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항체 생성률이 높은 백신 1종이 추가 승인되고 제약업계에서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내면서 대상포진 예방·치료법이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비용이 최고 60만원에 이를 만큼 비싸졌다는 것. 그런데도 병·의원에선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몸값 높아진 대상포진 백신의 무료 적용 가능성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제 개발 현황, 예방법 등을 짚어본다.
암 통증 맞먹는데 평생 간다…대상포진 합병증, 골든타임 '72시간'
'통증의 왕', '암 초·중기보다 더 큰 고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만큼 대상포진을 앓은 뒤 찾아오는 이 합병증은 극심한 고통으로 유명하다. 대상포진 수포가 가라앉아도 그 자리에 통증이 남는 병이다.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대상포진보다 더 위험한 신경통 합병증을 극복하기 위해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나섰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에서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약 72만명이다. 이 중 60대가 17만2000여명으로 23.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50대 환자가 16만1500여명으로 뒤를 이었다.

50대 이상 고령층 대상포진 환자 수가 46만7455명이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약 65%를 차지한다. 고령층 환자가 중요한 건 이들이 신경통 합병증의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PHN)은 수포 등 피부질환이 사라진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질환이다. 피부 발진이 생긴 이후 3개월이 지났는데도 고통이 계속되면 대상포진 신경통으로 정의한다.

이승현 강북삼성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PHN은 50~80세까지 약 20% 유병률을 보이는데 80세가 넘어가면 35%, 심지어 어떤 연구에서는 50%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며 "위험인자가 나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대상포진 신경통으로 이행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피부 발진이 크게 나거나, 수포가 얼굴 쪽에 난 경우 혹은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신경통 합병증에 걸릴 위험성이 더 크다.

PHN 환자는 칼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등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가벼운 옷 접촉만으로 큰 통증을 호소한다. 통증과 더불어 가려움증을 겪는 환자도 있다. 적시에 대상포진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이런 통증을 평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 신경통 합병증이 대상포진 자체보다 더 위험한 이유다.

대상포진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말초감작', '중추감작'이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신경이 손상되는데 이때 통증 전달 경로의 변화가 발생한다. 이에 작은 접촉에도 이상감각과 통증을 느끼는 감각의 변화가 유발된다.

PHN을 예방하려면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는 "발병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대상포진 급성기(1달)에 신경 차단술, 교감 신경 차단술, 피부 스테로이드 주입 등 시술을 시행하는 게 통증을 줄이고 신경통 합병증으로의 이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치료 방법으로도 신경통을 완전히 낫게 할 순 없다. 통증을 줄여서 조절하는 수준으로 완치를 위한 치료가 아니다. 아직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상황에서 국내외 여러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삼익제약은 지난 1일 PHN 치료제 'SIKD1977'의 임상 2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물질은 약물재창출 방식의 천연물의약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승인을 받아 현재 대상자를 모집 중이다.

삼익제약 관계자는 "SIKD1977의 임상 시험이 성공한다면 PHN 환자의 치료 선택지와 미충족 수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안전성이 확보된 신약으로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이용해 PHN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해당 임상 시험은 흉추부(등) 대상포진 발생 후 신경통 합병증을 겪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나보타를 추가한 신경 주위 국소마취주사와 국소마취제 단독 사용을 서로 비교한다. 환자의 통증 강도가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평가한다.

미국 텍사스 소재의 렉시콘 파마슈티컬스(Lexicon Pharmaceuticals)는 지난 4월 PHN 치료제 'LX9211'의 임상 2상 결과를 공개했다. 79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임상 시험의 1차 지표인 '일평균 통증 점수'에서는 시험약과 위약의 효과가 통계적으로 차이 나지 않았다. 다만 2차 지표인 '통증 강도'에서는 LX9211 투약군의 통증 점수가 위약군보다 더 낮았다.

회사 측은 임상 1차 지표 미충족과 관련해 "환자 표본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높은 이상반응 발생으로 임상 초기에 환자가 다수 탈락해 표본이 더 적기도 했다. 약물의 최적 용량을 알아내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칼에 베는 느낌, 감전된 것 같다"…시작부터 끔찍한 '통증의 왕'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70만명가량이 대상포진으로 병원을 찾는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앓았던 수두의 원인인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재활성화하면서 발병하는 병이다. 체력이 떨어지고 피로하기 쉬운 환절기 특히 주의해야 할 병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은데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로 환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대상포진은 얼굴·몸통·어깨를 중심으로 띠 형태의 울긋불긋한 발진·수포가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특징이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주민숙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경절이란 '길'을 따라 움직여 통증과 피부 증상이 띠처럼, 주로 한쪽에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통계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여성호르몬이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하지 않다.

대상포진은 피부로 드러날 때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진짜 '공격 대상'이 신경인 만큼 대부분 통증·이상감각이 수일 전에 먼저 나타나고, 염증이 피부에 도달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발진과 물집이 무리 지어 비친다. 수술 후 통증이나 산통보다 강도가 심해 흔히 대상포진을 '통증의 왕'이라 부른다. 주 교수는 "바이러스가 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 외상이나 근육통과 달리 '칼로 베는 것 같다' '전기에 감전된 것 같다'처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수준의 통증을 경험한다"며 "피부 증상이 드러나기 전 통증만으로는 대상포진을 확진하지는 않지만 찌릿찌릿한 통증이 편측으로 발생하는 경우 대상포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상포진은 전염성 질환이다. 피부에 생긴 물집이 터졌을 때 내부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감염을 일으킨다. 대부분 직접 접촉이 원인이지만 면역저하자에게 주로 나타나는 전신성(파종성) 대상포진은 호흡기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다만, 바이러스에 노출됐다고 대상포진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서유빈 교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이름처럼 수두와 대상포진을 동시에 일으키는 바이러스"라면서 "수두에 걸리지 않아 면역력이 없는 사람이 노출됐을 때 수두에 먼저 걸리는 것일 뿐, 바로 대상포진이 나타나지 않고 환자의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대상포진은 뒤따르는 합병증이 위험하다. 신경 손상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각막염·망막염 등 안구질환, 안면마비, 난청, 뇌수막염 등도 대상포진으로 인한 합병증에 속한다. 전문가들이 조기 진단·치료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주 교수는 "최대한 빨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야 한다. 세균 등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항생제와 드레싱,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 진통제와 항우울제를 통한 통증 관리도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야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라며 "신경 손상이 심해지기 전인 72시간이 '골든타임'이지만 △나이가 많거나 △피부 병변이 계속 늘어날 때 △대상포진이 얼굴에 발생한 환자는 시간이 지났어도 약물을 쓰면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잠복 상태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활성화되는 것이라 예방접종 외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주 교수는 "의사들도 본인이 스스로 맞거나 부모님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권한다"며 "합병증이 위험한 병인데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주사(백신)로 발병률을 낮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GSK의 '싱그릭스' 세 종류가 쓰인다. 앞선 두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어 독성을 제거한 '약독화 생백신'이고 GSK 백신은 병원균을 비활성화시킨 사백신이다. 생백신은 1회 접종으로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너무 약한 사람은 되레 백신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사백신은 반대로 안전성은 높지만, 면역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싱그릭스의 경우 2~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GSK 백신은 사백신이지만 면역증강제를 섞어 만들어 생백신인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보다 효과가 더 우수하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연구를 종합해볼 때 일반적으로 조스타박스의 예방 효과는 50% 안팎이지만 싱그릭스는 96%나 된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체계도 노화해 백신접종 효과가 갈수록 주는데, 이 감소 폭 또한 크게 차이가 나 80세 이상에서 예방 효과는 싱그릭스 91%, 조스타박스는 18%로 보고된다. 스카이조스터는 조스타박스와 면역반응이 동등한 수준으로 예방효과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50세 이상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다면 면역 체계가 안정되는 6개월에서 1년의 시차를 두고 맞는 게 안전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백신 접종이 권고되는 연령대의 수두 항체 양성률은 90% 이상이지만, 만약 수두에 걸리지 않았다면 생백신을 맞기 전 수두 항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을 통해 2005년부터는 생후 12~15개월의 모든 영유아에게 수두 백신 접종이 지원되고 있다.

서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해 이전에 대상포진 생백신(조스타박스 등)을 접종했더라도 사백신을 추가 접종하도록 권고한다"며 "단, 생백신 접종 후 얼마의 시간 간격을 둬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은 만큼 내 몸 상태를 잘 아는 전문의와 상담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 조언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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