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 쏟아서 데인 다리…흉터 빠르게 없앨 방법 없을까?
피부이식술보다 회복속도 더 빨라
후유증·합병증 염려도 적어 호평
총 17회의 고압산소치료를 실시한 결과 서씨는 통증과 부기가 확연히 가라앉고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슷한 시기 피부이식술을 받은 환자들보다 새살이 돋는 속도도 더 빨랐다. 그는 “다른 환자들은 입원부터 퇴원까지 6~7주정도 걸리는데 나는 수술하고 2주뒤 바로 퇴원했다”며 “상처가 빨리 치유된 덕분에 재활치료도 남들보다 열흘정도 먼저 시작할 수 있었고 관절의 가동범위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강성심병원이 국내 최대 규모의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화상·창상 환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압산소치료란 상처 부위의 혈관 신생을 촉진시켜 피부가 빠르게 재생되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치료기간 단축, 후유증·합병증 감소 등이 기대되는데다 당뇨 환자들의 큰 고민거리인 족부궤양(당뇨발)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1기압)보다 높은 기압(2~4기압)을 인위적으로 만든 후 농도 100%의 고순도산소를 세포에 주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대기압에서 호흡을 통해 들어간 산소분자는 혈관 내 적혈구와 결합해 말초에 있는 모세혈관을 지나 세포 속으로 유입된다. 하지만 손상된 모세혈관에선 적혈구가 지나갈 수 없어 산소 공급이 차단된다.
고압산소치료의 원리는 기압을 높여 산소분자가 적혈구와 결합하지 않아도 혈액 내 혈장 속에 녹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렇게 녹은 산소분자는 입자가 작아 그 자체로 말초조직 내 세포까지 도달할 수 있다. 이는 고압산소치료가 세포의 재활과 성장 촉진은 물론 항염 작용, 독성물질 생성 억제 등에 도움을 주는 구조다. 몸속 모든 세포의 활성도를 높이기 때문에 특정 질환 한 두가지에 국한된 치료법이 아니라는 점도 고압산소치료의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선 화상과 당뇨발, 식피술 혹은 피판술, 일산화탄소 중독증, 혐기성 세균 감염증, 방사선 치료 후 조직괴사, 고도 출혈에 의한 빈혈, 돌발성 난청 등에 고압산소치료 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 일부 의료기관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강성심병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학병원급 화상분야에서 해당 센터를 구축한 첫 사례기 때문이다. 허준 한강성심병원장(화상외과 교수)은 “병원장도 한달에 6번 당직을 설 정도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태지만 화상, 창상 등의 외상은 응급상황인 경우가 많아 누군가는 꾸준히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라며 “국내 화상치료의 메카로서 한강성심병원이 공익적 차원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순수 자체 비용을 들여 투자했다”고 말했다.
개소 한달여만에 고압산소치료센터의 진료건수는 500건을 돌파했다. 타 병원에선 응급환자만 이용할 수 있지만 한강성심병원에선 외래, 입원환자 가릴 것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허 병원장은 “화상환자의 연령대는 생후 1일된 신생아부터 90대 노인까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질환을 커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급적 환자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동시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센터 공간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소아환자에 대해선 안전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현재 치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의 경우 1회(2시간)당 소요되는 비용이 20~25만원이다. 자기부담 비율에 따라 외래환자는 10만원선(50%), 입원환자는 4~5만원(20%), 중증환자는 1~2만원(5%)을 지불하면 된다.
한강성심병원이 이번 치료센터를 마련한 궁극적 목표는 고압산소요법의 효용성을 연구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려는 데 있다. 허 병원장은 “만약 화상 치료가 수익이 나는 분야였다면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 영역에 뛰어들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그럼에도 우리 병원은 사명감으로 화상환자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화상치료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개별 병원뿐 아니라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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