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전에 실패란 없다?… ‘위기의 일대일로’ 밀어붙이는 中[Global Focus]

박준우 기자 2023. 9. 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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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프로젝트 10년 안팎서 한계봉착
채무국 잇단 파산… 이탈리아는 “탈퇴”
부채탕감 4배 급증… 중국도 부담
사업규모 역대 최저수준 떨어져
‘중국몽 흠결’안돼… 비판 외면
‘고품질·작은 거래’로 전략선회
내달 정상회의로 반전 안간힘
그래픽 = 송재우 기자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지난 2013년 9월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나자르바예프대에서 ‘국민우의 증진 아름다운 미래 공동창조’라는 강연을 통해 공개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이제 10년을 맞았다.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유럽, 태평양 지역을 철도와 항로로 잇는다는 이 계획은 지난해 기준 152개국에 총 9620억 달러(약 1279조3638억 원)를 지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커갔다. 그러나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야심을 견제하려는 미국 등 서방사회의 압력과 지속적으로 파산하는 채무국들로 인해 최근 주춤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중국은 오는 10월 대규모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다시 한번 일대일로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빈곤국 늘고 재정 지원 한계 속 동력 상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동력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저소득 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진 데다, 투자했던 프로젝트조차 성과가 부실해 모멘텀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대일로에 대한 인프라 투자도 정점을 찍고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돼 2018년 7721건의 인프라 투자를 수주한 이후 지난해 5514건으로 줄어들었다. 투자된 자금도 코로나19 직전 155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13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는 지난 5일 “득보다 실이 많다”며 일대일로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여기에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제기하는 비판과 압박도 일대일로 추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일대일로에 대해 “기본적으로 부채와 올가미 협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스리랑카는 지난 2010년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며 함반도타 항구 운영권을 중국에 99년간 내줘야 했고, 잠비아도 지난 2020년 중국의 거부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당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은 2일 보고서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를 군사력 증강의 토대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돈 받지 못하는 중국도 부담 커=항구 등의 이용권을 받는 등 영향권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해도 중국도 디폴트 국가가 늘어나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서방의 부채의 덫이라는 비판에 반박이 어려울 뿐 아니라 미회수 자금은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전 세계 인프라 건설을 위해 지원한 대출 중 탕감 혹은 재조정된 채무는 785억 달러(103조 원)에 달했다. 이는 그 직전 기간인 2017∼2019년에 탕감 및 재조정된 채무(170억 달러)의 4배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악화한 글로벌 경기, 인플레이션 여파로 급속하게 올라간 금리 등이 영향을 미치면서 회수가 불가능한 악성대출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각국에 대한 구제금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세계은행(WB)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2000∼2021년 22개국에 총 24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동안 부채 탕감 등을 위해 채무국과 ‘단독 협상’을 하던 중국이 최근 다른 채권국과의 ‘다자간 협상’에도 나서고 있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로디엄그룹은 분석했다. 최근 프랑스와 잠비아의 63억 달러 상당의 채무 조정에 합의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로디엄그룹은 “부채 탕감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전에 투자하기로 했던 원금이 줄어드는 등 해당 국가의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패 인정하지 않는 中, 대규모 이벤트로 반전 노려=전문가들 일각에선 수많은 비판을 받고 생각보다 실익이 부족한 일대일로를 계속 밀어붙이는 데는 이 계획을 시 주석이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에 흠집을 남기는 것이며 시 주석은 물론 공산당 지도부에도 흠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훙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에 “일대일로는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유산과 밀접하게 엮여 있다”며 “중국이 일대일로 실패를 인정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일대일로 띄우기에 나선 중국은 다음 달 베이징(北京)에서 개최할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준비에 특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 초기에 집중했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투자에서 벗어나 ‘고품질’이나 ‘작지만 아름다운 거래’에 집중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일대일로 사업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광물과 광산 분야 투자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이클 콜 미국 국제공화당연구소 중국 선임고문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은 거대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일대일로의 지속가능한 모델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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