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저층·저밀도’ 강점 내세운 목동 재건축... “서울 서부권 주거 중심축 탈바꿈 기대”
재건축시 부천·인천·김포 실수요층 흡수
5만가구 주택공급 가능... 도로 연계성도 높여야
“목동에 누가 이사 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가깝게는 구로에서부터 강서구를 거쳐 부천과 인천까지 범위가 매우 넓어요. 그만큼 서쪽 라인에서 생활환경과 학군, 주변 분위기가 이만한 곳이 없는 거죠.”(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지난 5일 오후, 목동신시가지아파트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이 확정된 6단지를 찾았다. 입구에는 ’신속통합기획 확정’을 축하하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쪽으로 도로 사이에 두고 5단지가 마주하고 있었다. 5단지는 저층(5층)으로만 구성됐다. 차로변 가운데에 서보니 자랄 대로 자라버린 가로수 잎사귀들이 아파트 꼭대기를 완전히 가려버려 고요한 느낌마저 들었다.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진 풍경 중 하나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 하반기 들어 매매거래가 부쩍 증가하고 호가도 뛰었다.
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6단지 매매건수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3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7월에만 7건이 계약 체결됐다. 전용 95.03㎡는 2월 1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가 6월 19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전용 47㎡는 2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2년 전 최고가가 15억원이었는데 하반기에 이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급지 이동을 하고 싶어 했던 실수요자들이 하락장 또는 보합세 시점을 이용해 대거 목동 진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5단지는 대부분 중대형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6단지보다 단가가 좀 더 높다. 전용 115.47㎡는 5월 23억200만원에 거래됐지만 7월 25억3000만원에 팔렸다. 전용 95㎡는 3월 18억2000만원에 팔리더니, 7월에는 22억원에 거래됐다. A씨는 “큰 평수에는 부천이나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사업가나 의사 등 전문직 등이 상당수 거주한다”면서 “최근 외지에서 실거주 겸 투자용으로 매매하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1980년대 중반, 상계신시가지아파트와 함께 서울시 주도로 개발사업이 진행됐다. 총 2만6000가구 규모로 저층과 중층이 혼합돼 있다. 국회대로를 중심으로 위쪽 1, 2, 3, 4, 5, 6단지가 선호 단지로 꼽힌다. 다만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는 1~3단지가 ‘종상향 조건’에 대해 서울시와 어떻게 합의를 볼 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국회대로 아래쪽으로는 7단지와 8, 9, 10, 11, 12, 13, 14단지가 있는데 이 중 남부지검 및 남부지법 앞에 위치한 9단지가 선호단지로 통한다.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6단지다. 최근 신통기획을 적용해 최고 50층 내외, 230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바로 옆 이대목동병원과 경인초교, 양정중·고등학교가 있고 뒤쪽으로는 안양천이 있어 ‘강변 뷰’를 노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마침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학생들로 6단지 상가 앞이 붐볐다. 6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지하철역까지 멀어서 그 부분은 아쉽지만, 자차 이용 시 바로 앞 목동교를 이용하면 여의도까지 금방 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목동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작년 말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부터다. 2018년 3월 5일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당시 30년이 갓 넘은 목동 신시가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작년 말, 기준이 대폭 완화하면서 14개 단지 중 12곳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정비업계에서는 목동이 서울 도심 내 재건축을 통해 공급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단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서 찾기 힘든 ‘저층·저밀도 대단지’로, 지금 물량보다 최소 2배 이상은 순증 효과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목동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하며 목동신시가지 일대를 총 5만3000여 가구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부천과 인천, 김포 등 경기권역 실수요층까지 흡수할 경우, 이른바 수도권 서부지역의 거주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5만여 가구라는 신도시급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지역”이라며 “목동 재건축이 완성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서쪽권역 거주자들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여의도 중심업무지구의 배후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건축과 함께 목동 주변 도로 기반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단지는 앞쪽으로 9호선 신목동역, 중앙으로는 5호선 오목교역과 목동역, 뒷쪽으로는 2호선 양천구청역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단지가 상하로 길게 뻗어있고 목동로가 일방통행이라는 점에서 단지별로 접근성 차이가 있다. 또 외곽으로 나갈 수 있는 경인고속도로까지 접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박 교수는 “지하철 9호선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었다. 목동 역시 주변에 지하철역이 많긴 하지만 연계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있다”면서 “도로 역시 외부에서 목동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아파트 재건축 시 내부 일방통행로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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