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시 번역서비스 써보니...편리성 좋은데 아쉬운 '정확성'
언어장벽 해소 편리함 장점이지만 시장따라 정확도 차이
주식투자에서 공시의 중요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재무상태와 영업실적뿐 아니라 주요 주주들의 주식거래 내역,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까지 주가에 영향을 주는 기업의 정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다트),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시스템(카인드)을 통해 국내 기업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해외주식의 공시 정보를 얻는데 장애물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공시와 체계가 다를뿐만 아니라 언어 장벽으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해외기업 공시확인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국내 증권사에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해외기업 공시 번역·요약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지난 7월 NH투자증권이 시작했으며, 지난 5일부터 한국투자증권도 도입했다. 두 증권사의 해외 기업 공시번역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 보고 장단점을 확인해 봤다.
번역 퀄리티는 동일…공시모아보기는 한투만 가능
비교할 해외 주식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삼았다. 지난 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중국·홍콩·일본 시장 주식은 테슬라, 항서의약, 텐센트, 일본제철이다.
먼저 국내 투자자가 가장 애정하는 해외주식인 테슬라의 공시를 확인해 봤다. 공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접근 경로의 차이점이 나타났다.
NH투자증권은 개별 종목 이름을 먼저 검색한 후 관련 공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해외투자정보 공시라는 별도 화면으로 들어가야 종목별 공시 검색이 가능했다.
실시간으로 나오는 모든 기업의 공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건 한투만 가능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한투와 달리 별도 페이지를 찾을 필요없이 특정종목의 매매정보와 연계한 공시 확인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테슬라의 공시를 검색한 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지난 8월 7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임명했다는 공시였지만, 내부자 지분변동 공시까지 체크해서 확인해 보니 가장 최근 공시는 지난달 31일 제출한 내부자 지분변동 공시였다.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부사장이 내부자 사전거래 계획(Rule 10b5-1)제도에 따라 주식을 처분했다는 내용이다. 국내와 다르게 미국은 의결권 있는 주식 10%를 소유한 개인과 임원은 주식을 매도하기 전에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매도시기, 매도가격, 매도 주식수를 보고해야 한다.
지분변동 공시를 비교해 보니 두 회사의 번역은 정확히 일치했다. '보통주을' 같은 맞춤법 오류마저도 동일했다. 증권사 측에 문의해보니 두 증권사 모두 인공지능(AI) 기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래프트테크놀로지와 계약해 번역의 질은 같을 수밖에 없었다.
실적 공시도 확인해 봤다. 지난 7월 20일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250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9.6%를 기록, 전년 동기(14.6%) 대비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 알려지면서 당시 테슬라 주가는 급락한 바 있다.
이처럼 실적을 볼 때는 전년 동기, 전 분기 대비 얼마나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번역 서비스에서는 단순히 당기 현황만 확인할 수 있다.
원문 확인 필수…원문 확인 편의성은 NH가 한 수 위
미국주식의 경우 이미 많은 투자자에게 공시를 보는 방법이 알려져 있고 다른 언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는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시장의 관심을 받은 미국주식의 실적은 굳이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언론기사나 증권사 보고서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외 중국, 홍콩, 일본 기업은 투자자들이 언어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기사와 보고서의 양도 많지 않다. 해외기업 번역·요약 서비스가 투자 편의성을 높이는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항서의약의 공시를 찾았다. 바이오 기업답게 약물 개발 및 임상시험에 대한 공시가 눈에 띄었다. 2분기 실적도 찾아봤다. 테슬라처럼 간략하게라도 실적이 적혀있기를 기대했으나 아무런 수치도 없었다.
따라서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원문 확인이 필수적이었다. NH투자증권은 '+' 모양의 아이콘을 통해 원문공시 페이지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은 링크만 표시할 뿐 클릭이 불가능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내에서 확인이 불가능했고, 링크를 복사해 인터넷에서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다음으로 홍콩증시에 상장한 텐센트의 공시를 봤다. 이번에도 실적을 확인했다. 항서의약과 다르게 간략한 내용 정도는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있었다. '텐센트의 이익은 2023년 6월 종료된 3개월 및 6개월 각각 41% 및 24% 증가했습니다'라는 문장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 또 이익은 영업이익을 뜻하는지 순이익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원문 공시를 확인하니 순이익이었으며, 분기 및 반기기준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을 뜻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일본 기업인 일본제철의 공시를 확인했다. 최근 공시는 분기 보고서 제출 공시였다. 2분기 실적과 회사의 사업 전망 등이 담긴 분기보고서를 요약한 내용이 있었다. 아쉬운 점은 오류가 재차 발견된 점이다. '보고서에는 핵심 재무지표 요약이나 이전 기간과의 비교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으나 실제 원문을 확인하면 재무제표 비교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해외공시 번역 서비스는 언어장벽을 낮추고, 해외투자기업 공시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다만 시장별로 공시 정확도의 차이도 존재했고, 원문을 확인하지 않으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사람이 직접 번역하지 않고 AI가 공시를 번역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사항으로 보이는데, 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 측에서도 정보의 왜곡, 누락, 오류가 있다고 유의 사항을 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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