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다섯번째 달 탐사국의 꿈…‘고요의 바다’ 남쪽으로 출발

곽노필 2023. 9.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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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림’ 발사…4개월 뒤 달 궤도 도착
경사지 정밀착륙 기술 실증이 목표
9월7일 오전 8시42분 일본의 H-2A 로켓이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달 착륙선 슬림과 엑스선 관측위성 크리즘을 싣고 날아오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일본이 다시 달 착륙 도전에 나섰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는 7일 오전 8시42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무인 달 착륙선 ‘슬림(SLIM)’을 H-2A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성공할 경우 일본은 지난달 달 남극에 착륙한 인도에 이어 다섯번째 달 착륙국이 된다.

일본에선 작사의 초소형 달 탐사기 오모테나시가 지난해 11월 달로 가던 중 통신이 두절됐고, 올해 4월엔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무인 달 착륙선 하쿠토-알이 달 착륙을 위해 하강하던 중 추락한 바 있다. 이번 발사는 애초 지난달 26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기상 악화로 몇차례 연기됐다.

슬림은 3~4개월 후 달 궤도에 도착한 뒤 1개월간 궤도를 돌며 착륙을 준비할 예정이다. 달까지 가는 데 몇개월이 걸리는 것은 연료를 아끼기 위해 지구와 태양, 달 중력을 이용하는 궤도를 택했기 때문이다. 작사는 달 착륙 시점은 2024년 1~2월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150억엔(약 1356억원)의 개발 비용이 투입된 슬림은 무게 200㎏, 크기 2m 남짓한 작은 착륙선이다.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 찬드라얀 3호의 착륙선 비크람(1.7t)의 8분의 1 정도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의 달 착륙선 ‘슬림’ 상상도. 작사 제공

‘내리기 쉬운 곳’ 아닌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린다

착륙선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탑재된 장비가 적다는 걸 뜻한다. 이는 슬림의 주된 임무가 달 탐사보다는 예정 지점에 정확히 착지하는 능력을 시험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슬림의 목표는 착륙 예정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 정밀 착륙하는 것이다.

슬림은 기존의 달 사진을 토대로 작성한 월면 지도와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달 사진을 비교해 위치를 파악한 뒤 착륙 지점을 향해 고도 3.5km 상공까지 내려간다. 이어 수직하강을 시작해 50m 상공에서 정확한 착륙 지점을 정한 뒤, 3m 상공에 이르러 엔진을 끄고 착륙을 시도한다.

슬림은 착륙 직전 2대의 작은 이동형 탐사기를 달 표면에 먼저 떨어뜨린다. 이 탐사기들은 슬림의 활동 상황을 외부에서 촬영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작사는 “슬림의 착륙 기술이 성공할 경우 천체 탐사는 앞으로 ‘내리기 쉬운 곳에 내리는’ 탐사가 아니라 ‘내리고 싶은 곳에 내리는’ 탐사로 바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슬림의 착륙 예정 지점인 달 적도 인근 ‘시오리 충돌구’(왼쪽 사진 화살표와 오른쪽 사진). 작사 제공

평지 아닌 15도 경사진 곳에 착지

착륙 예정 지점은 달 앞면 적도 인근의 작은 충돌분지 ‘시오리’(남위 13도)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착륙했던 ‘고요의 바다’ 바로 남쪽에 있다. 이곳은 땅속의 맨틀 성분이 운석 충돌 등으로 인해 표면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슬림엔 이를 분석하기 위한 분광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달에 착지하는 데는 매우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달은 지구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중력을 갖고 있지만 대기가 없어 대기 마찰력에 의한 감속이 불가능하다. 이는 감속에 실패할 경우 눈깜짝할 사이에 우주선이 달 표면에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2019년 인도의 찬드라얀 2호, 이스라엘 스페이스일의 베레시트, 올해 일본의 하쿠토-알, 러시아의 루나 25호가 잇따라 착륙에 실패한 사례는 달에 착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해준다.

특히 이번에 슬림이 착륙할 장소는 15도의 경사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에 맞춰 착륙 직전 몸체를 옆으로 기울여 착륙하는 정교한 기술이 동원된다.

슬림과 함께 발사된 엑스선 관측 위성. 나사 제공

엑스선 관측 위성도 함께 발사

이날 H2A 로켓에는 천문 관측 위성 ‘크리즘’(XRISM)도 함께 실려 발사됐다.

버스 크기 만한 크리즘은 작사와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공동 개발한 엑스(X)선 관측 저궤도 위성이다. 지구 대기는 엑스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의 엑스선을 관측하려면 우주로 날아가야 한다.

크리즘은 액체 헬륨으로 절대온도(영하 273도) 가까이 냉각된 리졸브란 기기를 통해 100만분의 1도의 온도 변화까지도 잡아낼 수 있다. 이 관측 데이터는 우주의 구조와 형성, 은하핵, 암흑 물질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쓰인다. 고도 550km 태양동기궤도를 돌게 될 크리즘의 설계 작동 수명은 약 3년이다.

나사는 “파장이 매우 짧은 고에너지 엑스선은 우주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 가장 큰 구조체, 가장 강한 중력을 가진 물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즘이 포착하는 엑스선의 에너지는 400~1만2000전자볼트(eV)로 가시광선 에너지(2~3전자볼트)의 수백~수천배다.

크리즘은 일본의 네번째 엑스선 관측 시도 프로젝트다. 일본은 2000년 이후 엑스선 관측 장비를 우주에 세번 보냈으나 이륙 직후 추락하거나 기기 오류로 모두 실패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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