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발 묶인 14조원, ELS 투자자 어쩌나

손재철 기자 2023. 9. 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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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좋은 상품이에요. 만기 때 손해없고···.”

지난 2021년 5대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판매했던 ‘홍콩지수발 주가연동증권(ELS)’ 금융 상품에 원금손실 ‘적신호’가 켜졌다.

2023.08.01. 12:13 기준 홍콩H지수. 6900선이 무너진 모습이다.



변동성이 거의 없던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가 중국발 경기침체로 2년 만에 ‘반토막’이 나면서다.

■ 이자 두둑히 준다던 ELS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러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으로 국내 시중 은행들이 지난 2020~2021년 판매한 ‘ELS’ 상품에서 실제 ‘원금손실’이 현실화됐다.

대표적으로 하나은행이 2021년에 판매한 주가연계증권 상품에서 이달 40억원대의 첫 원금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파악됐다. 이자는 고사하고 고객들에게 돌려줄 만기 도래 금액 103억원 가운데 ‘40억 3000만원’이 손실될 전망이다. 상품은 2021년 1월 발행한 만기 30개월짜리로 운영돼 왔다.

문제는 하나은행 뿐 아니라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에서 모객한 동종 홍콩H지수 연동 ELS 상품에 대한 만기가 연이어 도래하는 점이다. 만약 홍콩H지수가 계속 하락하면 해당 상품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 내돈 불려준다길래 가입했는데

ELS란 만기일까지 연동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요건을 유지하면 만기 시 ‘원금’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중권사와 은행이 결합한 간접투자 파생 상품이라고 보면된다. 주가 및 지수 등이 반토막이 나지 않는다면 사실상 연 6~10%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되며 가입자가 상당하다.

하지만 변동성이 거의 없던 ‘홍콩H지수’가 2021년 대비 50% 가까이 빠지면서 ‘원금 손실’ 공포가 현실화된 것이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초엔 1만2000선을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중국발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돌변, 지난해 10월엔 ‘5000’선이 무너졌고 올해 들어서는 ‘6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대 종목을 살펴 수치가 정해진다. 만약 내년까지 ‘급반등’하지 못한다면 국내 가입자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만 2조 3000억원 만기가 도래한다. 또 내년 상반기엔 9조 271억원대, 내년 하반기엔 4조5406억원대로 내년 총 합 만기 도래액은 13조 5777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적신호 고점은 ‘내년 상반기’다. 9조원이 넘는 만기가 몰려오는데 ‘홍콩H지수’가 향후 6개월 안에 반등하지 못하고 재차 하락하면 ELS 가입자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6900’선을 잇고 있는데 여기서 500~900선만 빠져도 원금 손실이 유발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권 업계 관계자는 “홍콩H지수를 기반으로 한 국내 ELS 가입 상품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며 “피해가 금융 소비자들에게 몰려 긴급처방이 필요하지만 해당 ELS들은 원금보전 상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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