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영국 지자체…‘3대 도시’ 버밍엄마저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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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파산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의 3대 도시로 불리는 버밍엄이 파산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9월 5일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지출을 금지하는 조치인 '섹션 114' 통지를 내렸다.
이번 결정에 따라 버밍엄은 아동 보호와 사회 복지, 교육, 폐기물 수거 등 필수 분야 이외의 지출을 모두 중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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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지 등 필수 분야 이외 지출 모두 중단
향후 파산 선언 지자체 늘어날 가능성 제기
[비즈니스 포커스]
영국 지방자치단체들이 파산 공포에 휩싸였다. 영국의 3대 도시로 불리는 버밍엄이 파산하자 다른 지자체들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더 많은 (영국) 시의회가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버밍엄 시의회는 9월 5일 필수 서비스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지출을 금지하는 조치인 ‘섹션 114’ 통지를 내렸다.
영국의 지방의회 등은 지출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때 이런 조치를 내린다. 이후 수정 예산을 통해 서비스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참고로 내각제인 영국은 각 지역도 의회 중심으로 운영된다. 버밍엄 시의회는 노동당이 집권당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버밍엄은 아동 보호와 사회 복지, 교육, 폐기물 수거 등 필수 분야 이외의 지출을 모두 중단하게 됐다.
버밍엄의 도심 도로 정비나 공원 조성, 문화 사업 등이 당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버밍엄에서 2026년 열릴 예정인 유럽 육상 선수권 대회에 지출해야 할 자금 역시 사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다.
버밍엄 시의회가 파산한 배경은 이렇다. 버밍엄 시의회는 영국 대법원의 동일 임금 판결에 따라 최대 7억6000만 파운드(약 1조7000억원)를 소급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버밍엄 시의회는 현재로선 이를 낼 재원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대법원은 버밍엄 시의회에 교육 보조, 급식 등의 업무를 한 여성 170여 명이 낸 소송에서 이들에게도 동일한 상여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과거 버밍엄 시의회가 쓰레기 수거와 환경 미화 등 남성들이 많은 직종에만 상여금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버밍엄 시의회는 통지문에서 “동일 임금 청구 금액에 따른 부담 때문에 섹션 114 조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유럽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버밍엄 시의회의 올해 예산은 32억 파운드(약 5조4000억원)인데 지금도 8700만 파운드의 결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 추가로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마련할 길이 있을 리 만무하다. 버밍엄 시의회가 파산을 선택한 이유다.
영국 지자체가 파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버밍엄에 앞서 크로이든·워킹 등 영국의 다른 시의회도 위험한 부동산 투자와 막대한 사회 복지 부문 지출로 재정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섹션 114’를 발동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향후에도 파산을 선언하는 시의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 47개 도시 의회로 구성된 지방자치협의체에 따르면 앞으로 26개에 달하는 시의회가 2년 내 파산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지방 정부의 재정난이 확산됨에 따라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보수당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철회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돋보기
<섹션 114>
섹션114는 1988년 영국 지방 정부 재정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 조치는 지방의회의 최고 재무책임자가 당국의 수입으로 지출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 따로 의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영국에서 섹션114 결정은 실질적인 파산으로 여겨진다. 취약 계층 보호와 같은 최소한의 법정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제외하고 새로운 지출은 아예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조치 시행 전에 이뤄진 약속과 계약은 계속해 이행할 수 있다. 만약 섹션114가 내려지기 전 공원 조성 계획을 예정했다면 조치가 내려진 후에도 이를 철회하지 않고 이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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