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살을 뺐을까
지난해 8월 일론 머스크가 그리스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찍힌 사진이 트위터(지금의 X)에서 큰 화제가 됐다. 반바지만 입고 수영하다가 요트에 올라가는 모습이었는데, 노출된 상체가 꽤 풍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약 두 달 후 한 트위터 사용자가 머스크에게 “살이 빠져서 건강해 보인다.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머스크는 첫 답변에선 “단식”, 그다음 답변에선 “그리고 위고비(Wegovy)”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또 한 달여 후, 몸집이 한층 작아진 머스크는 체중이 얼마나 줄었냐는 질문에 “30파운드(약 13.6kg) 다운”이라고 답했다.
일론 머스크도 평생 다이어트를 위해 안 해 본 게 없는 듯하다. 그는 올해 7월엔 2001년 무거운 바벨을 들고 스쿼트하는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체중을 225파운드(102kg) 아래로 낮추려고 하던 당시의 사진”이라는 설명을 남겼다. 20여 년 전 운동으로 살을 빼려던 머스크는 결국 비만 치료제 주사(위고비)를 맞고 날씬해졌다.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2021년 6월 출시한 성인용 비만 치료제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만든 오젬픽(Ozempic)이 체중 감량 효과를 내자, 위고비란 이름을 붙여 비만 치료제로 다시 출시했다. 위고비는 임상시험에서 주 1회 주사로 68주 후 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냈다.
노보 노디스크는 앞서 2015년 당뇨병 치료제로 쓰던 빅토자(Victoza)를 체중 감량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아 삭센다(Saxenda)를 출시하면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열었다. 삭센다·위고비 모두 몸 안에서 인슐린 분비와 관련 있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삭센다는 매일 한 번씩 약액을 주입해야 했는데,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기 때문에 훨씬 편리하다.
위고비는 미국에서 월 4회 최저 1300달러(약 170만 원) 수준일 정도로 가격이 비싼 데도 품귀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주가는 날로 치솟고 있다. 이달 4일 위고비가 영국에 상륙하자, 노보 노디스크는 유럽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기업으로 등극했다. 노보 노디스크 시가총액이 럭셔리 제국인 프랑스 LVMH(루이비통 모에헤네시)의 시총을 넘어선 것이다.
비만 치료제는 이제 세계 제약업계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가 됐다. 비만 혹은 과체중이 각자의 생활 패턴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만성 질병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비만 치료 시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3월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비만이라고 추산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4월 낸 보고서에서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이 203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화이자(Pfizer), 암젠(Amgen) 등 대형 다국적 제약사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미국 일라이 일리(Eli Lilly)다.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티르제퍼타이드(tirzepatide)는 연말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출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티르제퍼타이드도 2형 당뇨 치료제로 판매 중인 마운자로(Mounjaro)를 비만 치료제(주사 형태)로 바꾼 것이다. 뉴욕 증시에서 6일 일라이 릴리 주가는 559.95달러로 마감하며 최근 1년간 상승률 80%를 기록했다.
한국 증시에서도 비만 치료제가 ‘기적’의 테마로 떠올랐다. 비만 치료 약물 임상시험을 한다거나, 개발에 착수한다는 얘기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한다. 일동제약, 한미약품, 펩트론, 올릭스, 유한양행 등이 대표적이다.
일동제약은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형 당뇨·비만 치료용 신약 후보 물질(ID110521156)의 임상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한 후 상한가(29.72%)를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지주사 일동홀딩스도 가격 제한 폭까지 올랐다.
한미약품은 7월 말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했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 치료제로 바꿔서 개발하겠다고 밝힌 후 한때 주가가 급등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프랑스 사노피에 5조 원 규모 계약을 맺고 당뇨약 기술 수출을 했으나, 사노피가 당뇨약 개발을 포기하면서 2020년 개발권을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형 비만약으로 바꿔 연내 임상 3상을 시작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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