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3명씩 낳다간 나라 망한다”…아이 좀 그만 낳으라는 이나라

김자아 기자 2023. 9. 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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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이집트의 한 해변이 북적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매일 5683명, 시간당 237명, 분당 4명, 15초당 1명씩 새로 태어나는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나라가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집트 얘기다. 정부는 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인구가 빠르게 늘자 산아 제한 정책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각) 이집트투데이 등 현지 매체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파타흐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전날(5일) 내각 회의에서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출산 규제책이 시행되지 않으면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인구 과잉 문제는 이집트 사회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교육과 의료에 쓸 정부 예산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 인구는 2000년 7137만명에서 2010년 8725만명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인구 1억명을 돌파했다. 현재 이집트의 합계 출산율은 3명에 근접한다. 유엔은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 이집트 인구는 1억28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후세인 압델 아지즈 중앙 통계청장 고문은 “지난 3년간 이집트의 출생률은 연간 약 220만명으로 작은 나라의 인구와 맞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생아실./연합뉴스

엘 시시 대통령은 2014년 집권 후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산아 제한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의 목표치는 2.11명이지만 2021년 합계출산율은 2.9명이었다.

기존 정책의 효과가 없자 엘시시 대통령은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출산 규제책 예로 꺼내 들었다. 엘시시 대통령은 “중국은 1968년부터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해오다 2015년부터 둘째를 허용하고 있다”며 “그들은 인구 통제 정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칼레드 압델 가파르 보건인구부 장관은 내각 회의에서 “자녀를 갖는 건 자유”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엘시시 대통령은 “국가의 위기 정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자는 말인가. 결국 그 책임을 지는 건 사회 전체와 국가”라며 이집트는 현재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집트의 경제난은 심화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빈곤율(전체 인구 대비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은 2015년 27.8%에서 2020년 31.9%로 증가했다. 실업률은 7%대에 가깝고,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은 36.5%를 기록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자 이집트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3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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