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본주택, 첫삽도 못뜨고 폐기… 수십억 날렸다
GH "공특법 미부합, 정책 진행 무리있다" 밝혀
2020년 발표 당시에도 제도 개선 필요성 거론
대선 공약에도 포함됐으나, 법 개정은 미비
경기도, GH 관련 사업 예산만 수십억 투입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추진하고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경기도 ‘기본주택’이 첫 삽도 못뜨고 사실상 백지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기본주택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수지만, 169석이라는 압도적인 국회 의석수로도 이뤄내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도와 GH는 이재명 전 지사 재임기인 지난 2020년 기본주택 정책을 발표하고 도내 3기 신도시에 배정된 GH의 주택 물량 50%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GH가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발표 과정에서 기본주택은 더이상 추진되지 않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브리핑에서 GH 관계자가 “기본주택은 주택공급 기준이나 자격이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에 부합하지 않고, 당시에도 법 개정을 전제로 시행했던 것”이라며 “그래서 정책을 더 이상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다.
3년 전 도와 GH의 기본주택 발표 과정에서도 현행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거론된 바 있다.
기본주택 시행을 위한 전제조건은 △공공주택특별법(공특법) 시행령을 개정해 무주택자 대상 장기임대주택 유형 신설 △심지역 역세권 용적율 500%로 상향 △주택도시기금 융자 이율 1% 인하 등 자금조달 방법 개선 △중앙 및 지방정부, HUG 등이 출자하는 장기임대 비축리츠 신설 등이 지목됐다.
2021년 1월 조정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50명이 주최한 ‘경기도 기본주택 국회토론회’에서도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본주택 모델의 제도적 한계와 개선점을 지적했었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기본주택 분양형의 환매가격 결정방식과 공공 영구환매, 제3자 전매 불허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을 비롯해 거주의무기간 이후 임대 허용 시 전세가 통제 행정력 낭비 등이 우려된다”고 했으며, 배문호 LH 토지주택대학교 교수는 “저렴한 주택 공급을 위한 용적률 500%는 과도하다. 350% 이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용적률 완화가 토지임대료 절감의 근본적 대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특법 개정 등 선결과제와 여러 우려 속에서도 경기도는 기본주택 홍보관까지 개설하며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고, 이재명 전 지사는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 “기본주택 등 250만 호 공급 약속을 반드시 지켜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며 핵심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 전 지사는 인천계양을 보궐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고, 169석 거대야당의 당 대표까지 올랐지만 자신이 도지사 시절부터 추진해온 기본주택을 위한 제도 개선은 이뤄내지 못한 상태다.
유영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장(국민의힘·안양5)이 파악한 기본주택과 관련해 투입된 경기도 예산은 전문가 간담회·국회토론회·기본소득 컨퍼런스 등에 1억여 원, 홈페이지 구축 1억여 원, 기본주택 홍보관 리모델링과 운영 5억7000만 원, 연구용역비 4억4000여만 원 등 13억 원에 달한다.
이중 기본주택 홍보관은 개관 5개월 만인 2021년 7월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라는 경기도선관위 유권해석에 따라 철거됐고, 홈페이지도 함께 폐쇄됐다.
GH 또한 2020년 11억 원, 2021년 19억 원 등 30억 원을 기본주택 홍보에 사용한 것으로 유 위원장은 파악했다.
유영일 위원장은 “기본주택 추진을 위한 근거법령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사업 홍보비로 사용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GH가 도입한 새로운 사업방식인 지분적립형 공공분양주택 공급도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영민 (hym8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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