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카자흐에 충격패' 韓 여자배구, 올림픽은커녕 AG도 입상 장담 못한다... 아시아선수권 6위 마감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세계랭킹 29위)은 6일 태국 나콘라차시마 MCC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선수권대회 5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39위)에 세트 스코어 0-3(24-26, 23-25, 23-25)으로 셧아웃 패했다.
1세트부터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카자흐스탄은 사나 아나쿨로바, 크리스티나 벨로바, 크리스티나 아니코노바 삼각편대가 공격을 이끌면서 한때 24-21로 첫 세트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한국도 곧장 3점을 내리 따내며 듀스를 만들었으나, 강소휘의 스파이크 공격이 빗나갔고 두 번째 공격 시도에서도 미스가 나와 허무하게 24-26으로 1세트를 내줬다. 2번의 공격 모두 비디오 판독을 실시했으나, 정정되지 않았다.
2세트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카자흐스탄이 리드를 가져간 가운데 아나쿨로바가 뱅활약하며 24-21 세트포인트를 맞았다. 한국은 강소휘가 득점하면서 2점을 더 만회했으나, 카자흐스탄이 25점째를 따내면서 듀스는 이루지 못했다. 시종일관 높이와 강력한 공격력으로 우위를 점한 카자흐스탄이다. 이번에도 먼저 20점 고지에 오른 카자흐스탄은 아나쿨로바가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한국 블로커들을 뚫고 25점째를 따내면서 한국은 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1975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이래 최악의 성적을 거두게 됐다. 이 대회에서 일본과 중국에 밀려 우승한 적은 없으나, 꾸준히 4강에 올라 2017년, 2019년 3위에 오르는 등 아시아의 강호 중 하나로 군림했던 한국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첫 경기부터 베트남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태국에는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차츰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마지막 경기마저 한 수 아래로 여겨지던 카자흐스탄에 셧아웃 완패를 겪으면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어떻게 보면 예견된 참사다. 김연경과 2020 도쿄 올림픽 멤버들이 은퇴한 후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은 세자르 감독을 선임해 세대교체 및 새 출발을 다짐했다.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해 VNL에서 역대 처음으로 12경기 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한국에서도 열린 VNL에서도 똑같이 12경기 전패를 경험했다. 고작 3세트(6 18일 2주 차 독일전, 6월 27일 3주 차 불가리아전, 7월 1일 중국전)를 따낸 것이 고작이었다. 수원에서 열린 3주차 경기에서도 시종일관 빨라진 세계 배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홈팬들 앞에서 실망만 안겼다.
부임 후 경기력 향상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세자르 감독도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세자르 감독은 올해 7월 끝난 VNL 대회 직후 "VNL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한국 여자 배구의 현실이다. 국제 배구의 흐름은 더 빠르고 강해지고 있다. VNL 수준도 높아졌다. 한국은 새로운 선수를 발굴함과 동시에 수준을 높이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총평했다.
대표팀은 7일 귀국한 뒤 폴란드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례로 출전한다. 파리 올림픽 예선 C조에서는 미국(2위), 이탈리아(6위), 폴란드(7위), 독일(13위), 태국, 콜롬비아(20위), 슬로베니아(25위)와 맞붙는다. C조에서 2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VNL 수준은커녕 아시아 무대에서 우승권 근처에도 가지 못하면서 올림픽 예선전에서 1승을 기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 있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입상을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은 2006년 도하 대회를 5위로 마친 후 2010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동메달을 수확했었다.
한편 개최국 태국은 이날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을 세트스코어 3-2(25-20, 25-27, 25-19, 20-25, 16-14)로 제압하고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일본은 베트남을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3위로 마무리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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