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범죄피해자를 생각하며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2023. 9.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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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대한민국의 형사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적법절차에 중점을 두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다. 적법절차는 무죄추정과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기초를 두는데 적법절차의 준수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피의자 등의 적법절차에 학계와 정부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그늘에서 조용히 고통을 감내하던 존재가 범죄피해자이다.

범죄 발생 원인에는 국가의 보호 의무 결함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형사법 학계에서 피해자에 눈을 뜬 것은 1970년대 중반 대전 충남대학교 고 권문택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형사법에서의 피해자를 언급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그의 제자들인 박광섭 전 충남대학교 부총장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제도, 고 김용세 전 대전대학교수의 피해자학 정리 등 우리나라 피해자학의 성과에는 대전지역 학자들의 연구와 노력이 분명히 함께했다. 그 노력으로 범죄피해자구조법을 거쳐 2010년 범죄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됐으며, 시행령 등이 더 정교하게 정비됐고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등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의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피해자보호 의지와 국민적 홍보 특히 수사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 구조제도의 홍보 등 계속된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피해자구조제도만으로는 범죄 피의자 또는 피고인에게 대응하는 한 주체로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로 부족하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절차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 피해자가 형사절차의 주체로 인정돼야 하고 그 절차적 권리를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선 피해자 변호인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경제적, 사회적, 법률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위하여 국선변호인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성범죄, 아동학대범죄, 장애인에 대한 범죄 등에만 인정되는 피해자국선변호인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검찰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이 피해자의 구제 수단으로 매우 부족한 점은 재수사 명령률, 이용 용이성, 통계자료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고, 현재는 담당 기관의 부담만 주는 제도로 생각된다. 피해자에게는, 수사단계에서 의견진술권, 수사기관의 설명을 들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공판절차에서는 공판정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변호인이 검사-피고인 변호인 등과 대등하게 공판에 참여할 기회와 자리가 보장돼야 한다. 피해자의 절차 참여가 실체적진실발견과 적정한 양형에도 기여하게 된다. 공판 기록의 열람·등사권은 피해자의 절차참여권을 보장하는 기초이다. 아울러 수사절차와 재판절차에서 피해회복을 전제로 하는 전환제도(Diversion. 수사와 재판의 각 단계에서 단기자유형의 폐해와 과밀 구금의 해소 방안으로 논의되는 제도로 단기자유형 대신 벌금형의 활용도 이에 포함된다)가 현재의 해결 방안 및 피해자 보호제도로 유용성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본다.

분당 흉기 사건으로 뇌사 상태인 피해자의 엿새간 입원비가 1300만 원에 달하고 있다는 보도는 다시금 범죄피해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범죄피해자는 수사절차에서 의견을 진술하고, 기소와 공소장 변경 시 검사로부터 설명을 들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공판절차에서 검사-피고인의 변호인과 대등한 자리에서 공판절차를 지켜보며 의견을 진술할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수사와 공판절차를 거치는 동안 피해자가 피해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와 배려가 주어져야 하며 피해회복 여부가 기소와 양형에 분명히 반영되고, 판결 이유에 기재되어야 한다. 국가의 정책에 순응하여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다가 국가의 보호작용 결함으로 발생한 범죄 피해에 대하여 피해자에게는 절차참여권과 절차참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는 피해자국선변호인제도가 보장돼야 한다. 이런 주장이 분쟁을 일으켜 시끄러운 세상을 더 시끄럽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주장하여 진보된 제도를 만들어 내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으로 이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정훈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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