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계공시' 정부 급발진에 노동계·학계 "약자 피해 우려, 정공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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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6일 "정부가 시행령 개정의 위법성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회계 공시를 밀어붙였다"며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액공제를 이유로 마음에 안 드는 노조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볼 길을 연 것"이라며 "노동권에 중대한 침해가 생길 수 있는데도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이라는 기형적 방식을 동원한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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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노조 협조 없이 회계 투명성 달성 못해"
"노조 활동 위축으로 저임금 노동자 피해"
"시행령 아닌 대화와 입법 정공법으로 풀어야"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다음 달 1일 시행하려는 '노동조합 회계 장부 공개'(회계 공시)를 두고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용부는 '노동조합 투명성 강화'를 표방하며 회계 공시를 하는 노조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양대 노총은 "노조 활동에 간섭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거부를 못 박은 상태다. 입법 절차가 아닌 '시행령 개정'이라는 우회적 방식을 택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는 6일 "정부가 시행령 개정의 위법성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회계 공시를 밀어붙였다"며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공시 불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고용부는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계하기로 했지만 3개월을 앞당겨 다음 달부터 조기 시행하기 위해 전날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학계에서도 이 같은 '급발진'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조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방향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노동계와 갈등 일변도로 가면 정부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법적 검토 없이 최대 280만 조합원이 갑자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노동계뿐 아니라 일반 조합원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동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의 저임금 노동자일수록 조합비 부담으로 노조 탈퇴를 고민할 수 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일수록 노조 활동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이 필요한데, 정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파르게 물가가 오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비정규직·플랫폼·프리랜서·청년 노동자도 조합비 때문에 노조 가입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법적 타당성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소득세법이 아닌 하위 법령을 손질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나 국회 입법 논의를 피해 갔다.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액공제를 이유로 마음에 안 드는 노조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볼 길을 연 것"이라며 "노동권에 중대한 침해가 생길 수 있는데도 국회 입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이라는 기형적 방식을 동원한 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노조 투명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흥준 교수는 "정부가 노동계와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훈 교수는 "정말 노조 회계 문제가 심각하다면 민주적인 입법 과정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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