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뒤처질라… 지지부진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 돌파구는

이재현 기자 2023. 9. 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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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격전지 '일본'③] '사면초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볕 들까

[편집자주]일본이 아시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상자산 등과 관련된 사업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취임 이후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쇠락하는 콘텐츠 산업의 동력을 살리고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한국 블록체인 게임사들도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분주하다. 일본 정부가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인 것과 달리 한국에선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아시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자 한국이 일본에 뒤처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넷마블부터 위메이드까지… 블록체인 게임사가 일본에 가는 이유
② 일본이 달라졌다… 가상자산 시장 호황 시작된 이유
③ 일본에 뒤처질라… 지지부진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 돌파구는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남국 의원(무소속·경기안산시단원구을)의 거액 코인 투자·보유 논란이 일었다. 돈 버는 게임(P2E)의 합법화를 위한 정치권 입법 로비 의혹까지 불거지자 웹3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무분별한 공세가 이어졌고 웹3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줄어든 탓에 많은 기업이 존폐 위기에 놓였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조를 전환하고 명확한 규제를 갖춰가는 일본과 달리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이제 막 규제 관련 논의를 시작한 걸음마 단계다. 구체적인 제도 정립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日은 빗장 여는데… 제도 없는 한국 시장


/사진=뉴스1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위기를 맞은 건 지난 5월 무렵이다. 김 의원의 코인 이상 거래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코인 발행사와 거래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계속된 검찰 수사로 가상자산 사업 추진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웹3 업계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일본은 가상자산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아시아에서 블록체인 중심지로 평가받던 한국이 '웹3 중심지'를 일본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위기감이 증대한 배경이다.

최근 일본은 웹3 육성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7월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했고 지난 4월엔 정부 차원의 웹3 백서를 승인했다. 웹3 백서는 대체불가능토큰(NFT)과 탈중앙화자율조직(DAO)을 비롯해 웹3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제안이 포함됐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웹엑스 2023'에서 블록체인 산업 부흥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웹3 경쟁에서 일본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해 웹3 기술 수준이나 가상자산 투자시장 활성화 측면에선 앞서 있지만 규제 관련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NFT 관련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지난해 저작권 관련 사항을 담은 안내서를 출간했지만 당시 법적·제도적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다. 국내 가상자산 관련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만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장 활기 불어 넣을까


가상자산 시장 혼란이 가중되자 규제 관련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단 주장에 힘이 실렸다. 지난 6월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첫 가상자산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해당 법안은 1단계 법안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 거래 행위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1단계 법안은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가상자산 발행 기업 관련 규제, 가상자산 종류별 규율 체계 등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가상자산 발행과 공시, 상장 등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한 사업자 업권법은 9월 중 2단계 입법을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연구 용역을 통해 가상자산 규율 체계 입법 의견을 포함한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해 내년 7월 법 시행 전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연구 결과에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이해 상충 문제 해소법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율 체계 ▲가상자산평가업과 자문업·공시업 등에 대한 규율체계 ▲가상자산 통합시세·통합공시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운영 방안 ▲사고 발생 시 '전자금융거래법'과 유사하게 입증 책임의 전환 규정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가상자산 규율 체계 평가·분석은 글로벌 규제 동향 조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금융위는 2단계 법안 제정을 위해 유럽연합(EU)에서 최근 의결한 세계 최초 단독 가상자산 입법안 '미카'(MiCAR)와 일본 자금결제법 등 글로벌 규제 동향을 검토한단 계획이다.

한국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여러 웹3 분야 중에서도 게임,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발달해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빗장을 풀고 규제 완화가 뒷받침된다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아시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단 기대감이 모인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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