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단, 북한 정권 75주년 기념식 참석···5년 전보다 격 낮춰
북·중 경제협력에 초점 맞춘 대표단이란 분석
민간 열병식 참석할듯···러시아군 협주단 도착
중국 공산당·정부 대표단이 오는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러시아군 협주단은 기념 공연을 위해 이날 방북했다. 북·중·러가 지난 7월27일 북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기념식에 이어 또다시 한 자리에서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초청에 의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국무원 부총리인 유국중(류궈중)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 및 정부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돌 경축 행사에 참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같은 내용이 1면에 실렸다.
중국 당·정부 대표단이 지난 7월27일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데 이어 한달여 만에 방북하는 것이다. 대표단은 오는 9일 열릴 것으로 예정된 북한 민간무력 열병식 등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각종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궈중 국무원 부총리가 맡은 단장 직위는 전승절 때와 같이 공산당 정치국 위원 수준으로 맞췄다. 5년 전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식과 비교하면 중국 대표단 격이 낮아졌다. 2018년 당시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으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국회의장 격)이 시진핑 국가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바 있다.
북한과 연대를 이어가되 대표단 격을 낮춰 과도한 밀착에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국과 관계 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과의 정치·군사적 관계 강화는 다소 부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 부총리 위상이 낮다고만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류 부총리는 시 주석 고향인 산시성 (당서기) 출신이며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부총리로 승진했다는 측면에서 시 주석 측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중 경제교류를 고려해 류 부총리를 보낸다는 해석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류 부총리는 북·중 교역의 핵심인 지린성 (성장) 출신이라 북한 문제에 이해도가 높다”며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부총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중 간 경제협력 분야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나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과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도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식에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는 10~13일 북·러 정상회담 개최가 거론되고 있으며, 지난 7월 전승절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끄는 군사대표단이 방북한 바 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알렉산드로프 러시아 군대아카데미협주단이 이날 북한 국방성 초청으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평양에 도착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은 “공연은 두 나라의 형제적인 군대 간 관계를 강화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북·중·러가 전승절에 이어 정권 수립 기념식에 한데 모여 한·미·일에 맞서는 연대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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