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태영호 北인권 질의에 "쓰레기 왔네" 北과 입모은 민주당…국회현장서 밑천
"北서 쓰레기가 왔어" "야, 빨갱이가 할 소린 아니지" 막말
탈북민 향한 北 '쓰레기·범죄자' 몰이, 野 시사한 사례도
北정권 등졌는데 "빨갱이" 흑색선전 반복…종북논쟁 회피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공식 일정에서 '북한인권'을 의제로 질의한 '탈북 고위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어" 등 하대 섞인 폭언을 퍼부었다. 북한 정권에서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로 지칭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정권 치하에서 탈출한 탈북 인사를 거꾸로 "빨갱이" "부역자"라고 몰아세우며 자신들을 향한 친·종북 논란을 희석시키는 행태도 반복됐다.
태영호 의원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면서 '북한인권법'상 운영해야 할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7년째 불발시킨 민주당 책임을 지적했다. 그러자 의석을 지키고 있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어", "야, 무슨 빨갱이가 할 소리는 아니지", "부역자야", "야, 말 똑바로 해" 등 인신공격이 쏟아졌단 게 당사자 증언이다. 정쟁이 일찍이 고조됐지만 언어폭력의 '선'을 넘은 셈이다.
이에 앞서 태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 지난 5일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을 반복한 데 대해 "현재의 국정을 '닥치고 탄핵'으로 끌고 가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 의원은 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세력은 세계에서 사실상 북한 (조선)노동당, 중국 공산당, 이 대한민국에서 민주당뿐"이라고도 했다. 야당 의석 쪽에선 야유와 고성이 계속됐다.
태 의원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이 최근 일본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추모를 위한 한국 정부 후원 행사가 아닌 현지 친북단체와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주최 행사로 향한 행보도 비판했다. 그는 "윤미향 의원은 관동대지진 학살 (추념) 행사에 참석해 '한국사회에 일본의 반인권 유린 행위를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총련이 '9만3000명 재일동포들을 북한으로 보내 생지옥으로 밀어넣은' 반인권단체란 점은 한 번도 지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는 조총련의 북송 사업을 현대판 노예무역이라고 규탄하는데 막상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조총련이 무슨 문제냐' 생각하고 있다"며 "일본의 반인권 유린 행위를 폭로한다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하면서 막상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침묵한다"고 쏘아붙였다. 또 "윤 의원과 남편은 2016년 중국에서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으로 온 탈북민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회유했다는 보도가 여러 번 나온다"고 해외 북한식당 탈출 여종업원들을 돌려보내려 한 의혹도 상기시켰다.
태 의원은 김영호 장관에게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싱하이밍 중국 대사에게 훈시만 듣지 말고 탈북민도 우리 국민이니 강제북송하지 말라'고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11년 만에 북한인권법을 도입한 뒤 7년간 북한인권재단 출범에 비협조한 점을 들어 "북한 인권문제 가해자이자 폭압자, 김정은 편을 들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도 없는 정당"이라며 "이런 것이 바로 공산 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정체가 뭐냐", "민주주의 기본을 이해하라", "쓰레기"가 섞인 언사를 퍼부었고 태 의원은 야당 의원석을 가리키며 "쓰레기? 발언 주의하세요"라고 네 차례 말했지만, "어디다 손가락질이냐"는 고함이 돌아왔다. 1992년 일부 조직이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 출신의 박영순 민주당 의원의 거친 발언이 계속되자 태 의원은 격앙된 듯 "야, 말 똑바로 해. 뭐? 이 쓰레기?"라고 했다.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고 있던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태 의원님, 의원석을 향해 응답하지 마시라"며 "의원님들은 말씀을 하더라도 쓰레기라든지 인신공격적인 발언은 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 부탁드리겠다. 조용히 해주시라"고 자제를 요청했다. 사건 이후 태 의원은 입장문을 내 "민주당 의원들의 저급한 언행은 제가 민주당이 외면하는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며 "입만 떼면 약자의 인권을 내세우면서 왜 북한인권만 나오면 격분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 시절도 겨냥해 "왜 2019년 11월 귀순을 요청한 탈북 청년 어부 2명을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 북한으로 추방한 것인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서 살해당하고 시신도 소각당했음에도 김정은이 친서를 보내왔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규탄 결의안에서 한발 빼고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국민 대신 누구를 지키고 싶은 것인가"라며 "평생을 독재정권에서 살다 온 저는 자유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야 할 가치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김정은과 시진핑과 같은 독재자에게 굴종하는 세력이 내지르는 협박·막말·야유에 굴복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힌다"며 "민주당은 오늘 자유민주주의의 심장이자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보인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해 반드시 상응한 책임을 지라"고 사과를 촉구했다. 한편 북한 정권 선전매체에선 태 의원을 비롯한 탈북민들을 "인간쓰레기" "도주자쓰레기"라며 범죄자로 몰아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식 사상 처음으로 탈북민을 초청한 것에도 비방전을 폈다.
앞서 태 의원이 5·10 총선거를 막으려 남로당(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일으킨 제주 4·3 사건 촉발 원인이 김일성 지시·교시라는 취지로 주장했을 당시, 민주당 의원이 북측의 언사를 비난 소재로 삼은 일도 있다. 남로당 수장 박헌영 숙청 이후로도 북한에서 김달삼 등 제주도당 무장대의 업적을 기리는 교육·세뇌가 이뤄졌다는 태 의원 주장에,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4월4일 MBC라디오에서 "본인은 그걸 다 믿고 있냐. 그러면 북한에서 태 의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방송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대로 우리가 믿으면 되냐"고 했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전인 4월10일 충남도당위원장으로서 예산시장에서 유세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보고 빨갱이라고 하는데 우린 파란색이다. 진짜 빨갱이는 김정일한테 충성한 태영호를 공천한 미래통합당 아니냐"고 공개 비난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태 의원 본인도 지난 2020년 7월 '전대협 1기 의장 출신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치를 때 "제가 지역구에서 선거를 해보니 '태영호는 빨갱이다', '사상 검증 안 됐다'는 게 첫 네거티브였다"고 토로했다.
당시 태 의원이 이어 "주체사상을 버렸거나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공개선언 같은 것 하신 적 있느냐"고 묻자, 이인영 의원은 "남쪽은 이른 바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답변을 피하면서 "사상 전향 여부를 다시 묻는 건 민주주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랑하고 감사해요" 유서 남기고 떠난 중2 딸…유족 "따돌림 있었다"
- "담임이 권투 글러브로 때렸다"…중학생 학부모, 아동학대 혐의 교사 고소
- 폭염 지나니 한파 걱정..."북극에 `얼음구멍` 생겼다"
- “타워팰리스 산다”고 속여 연인에 9억원 뜯은 30대男 실형
- 수원 광교2동행정복지센터에 5000만원 두고 간 익명의 기부자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