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文 부친 일제 때 농업계장”… 野 “해방 후의 일”

배민영 2023. 9. 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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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대정부질문 막말·고성
“육사 뿌리는 국방경비사관학교”
이종섭 국방 발언에 野 “반헌법적”
태영호 질의 중 野 “쓰레기” 외쳐
與 “민주당 수준 이하 막말” 비판
韓총리 “尹, 5부 요인 만남 가질 것”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고 백선엽 장군의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을 ‘친일’로 볼 것인지를 두고 여야의 설전이 벌어졌다. 이틀째인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결정 등 현안을 놓고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백선엽 친일’ 놓고 충돌

6일 갈등은 전날 국회에 출석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이종찬 광복회장이 백선엽 장군은 친일행위자가 아니라고 했다’고 발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광복회가 성명을 통해 이 회장이 박 장관에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박 장관이 광복회장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장관은 이 회장으로부터 사적으로 들은 말이 있다며 “사과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버텼다. 김 의원이 “백선엽이 친일 반민족행위자라고 규정된 건 특별법과 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라고 하자 박 장관은 “친일 반민족행위 특별법과 위원회란 건 노무현정부 때 만든 것이고, 당시 위원회 구성이 10대 1 정도로 편향된 인사로 구성됐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 선친 문용형씨가 일제강점기 당시 흥남시 농업계장을 지냈다고 주장하며 “농업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학교 소위는 친일파인가”라고 맞섰다.

박 장관의 발언에 야당이 반발하고 여당이 박 장관을 옹호하면서 한때 회의장에 고성이 오갔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백선엽 장군이 없었으면 적화통일됐고, 6·25전쟁에서 이겨서 한반도 전체가 공산화됐다고 생각하는 게 북한군”이라며 “거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백선엽을 폄훼해야 하니 계속 친일을 들고나오는 것”이라고 야당을 질타했다.

박 장관의 발언과 관련,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박 장관을 사자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문 전 대통령 부친이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한 건 일제 치하가 아니라 해방 후의 일”이라며 “박 장관의 발언은 고인에 대한 대단히 악의적인 사자명예훼손”이라고 했다.

◆고성·막말 오간 대정부질문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아니면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는 질의에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뿌리는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가 육사의 정신적 뿌리가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라는 입장을 보인 것과 다른 답변이다. 이 장관이 언급한 국방경비사관학교는 미군정이 1946년 5월 서울 태릉에 세운 ‘남조선 국방경비사관학교’다. 당시 만주군과 일본군에서 활동한 장교들이 이 학교로 편입됐다.

안 의원은 이에 “우리는 헌법을 계승하고 있는데 광복군과 신흥무관학교를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반헌법적, 반국가적 발상이 아닌가”라며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결정을 비판했다. 이 장관은 “지금 육사에 관해 한정해서 말씀하신 거지 않나”라고 응수했다. 국방부는 이 장관의 답변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1946년 태릉에서 개교한 국방경비사관학교가 1948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이라는 의미로 답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육군 대장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오염수로 인한 직격탄은 해군이 입는다”며 “해군은 바닷물을 정수해 사용하기 때문에 방사능이 오염되면 그대로 먹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사능 오염된 물을 먹게 하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한 총리는 이날 야당 의원들의 거센 공세에 격한 언쟁을 벌였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현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와 관련해 확장억제 정책에 대해 따져 묻자 한 총리는 이를 부인하다가 야당 의석에서 고성과 항의가 쏟아지자 “정말 공부 좀 하세요. 여러분”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질의 도중 민주당을 향해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북한 정권에 영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자 야당 의석에서 태 의원을 향해 ‘쓰레기’, ‘부역자’, ‘빨갱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는 민주당의 수준 이하의 막말로 인해 품격을 잃었다”고 논평했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이 얼마 후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5부 요인과 저녁을 하면서 소통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5부 요인은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다. 한 총리는 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윤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정국 현안을 풀어 봐 달라고 보고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배민영·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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