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폐지에…업체들 가격인하 ‘가속’
[전기차]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구매를 독려하던 각 국 정부가 ‘달콤했던’ 보조금 지원을 축소 또는 폐지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휘발유·경유 자동차보다 아직 비싸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말 발표된 2024년도 예산안을 보면 환경부는 내년 전기차(수소차 포함) 보조금 예산으로 2조3988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2조5652억원보다 6.5% 감소했다. 환경부의 20여만대 전기차 보급 계획을 감안하면 차종별로 보조금이 100만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동안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전기차를 대중화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차를 운전하는 동안 써야할 전기료가 경유·휘발유보다 싸다고 해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구매 비용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준중형 스포츠실용차(SUV)급인 기아 이브이(EV)6의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아야 가격을 4870만원에서 4010만원으로 낮춰 현대차의 디 투싼(2600만원) 등과 차이를 좁힐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했는데 보조금을 그대로 두면 가격경쟁력 확보 노력을 촉진하기가 어렵다”며 “보조금 액수는 줄였지만 지원받을 차량 대수는 늘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 흐름은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영국은 아예 올해부터 보조금을 폐지했다. 보조금 지급을 통해 세계 1위의 전기차 시장이 된 중국은 자국 전기차 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공급이 과열되자 보조금을 전격 폐지했다.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5625~9000유로)를 올해부터 4500~6750유로 정도로 축소했다. 2024년부터는 가격이 4만유로 이하 전기차만 4500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2025년부터는 아예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는 보조금 기준을 차량의 탄소배출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바꿔 올 연말께 지급 대상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프랑스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불리는 이 개편안은 차량을 만들때 들어가는 탄소배출량을 점수로 산출해 최소 점수 이상 되어야 보조금을 지급한다. 다른 완성차 제조 업체 보다 탄소배출량 저감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현대차·기아는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프랑스 보조금 개편안) 일부 조건이 한·이유(EU) 자유무역협정(FTA)에 위배되는 조건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뒤 프랑스와 협상을 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비슷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시행령이 본격 적용되는 내년 6월까지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움직임에 가격 인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일(현지시간) 모델에스(S)의 중국내 판매가격을 75만4900위안(약 1억3700만원)에서 69만8900만위안(1억2700만원)으로 약 1천만원 가량 인하했다고 밝혔다. 모델엑스(X)도 83만6900만위안(1억5200만원)에서 73만8900위안(1억3400만원)으로 내렸다. 미국에서도 모델에스 가격은 15~17%, 모델엑스 가격은 17~19% 내렸다. 지난달 가격을 내린 지 보름만에 또 인하를 했다.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오는 10월말 부분변경 폴스타2 출시를 앞두고 기존 모델을 최대 1188만원 할인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미래자동차학부)는 “현대차·기아도 앞으로 (값이 더 싼) 리튬인산철배터리(LFP)를 넣은 준중형 이하 차량을 출시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보조금 때문에 시장이 커져 전기차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배터리 때문에 여전히 전기차값은 비싸다. (비싸게 주고라도 제품을 사는) 얼리어답터들의 초기 (전기차) 소비가 끝나고 합리적이고 평범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살 시점이어서 자동차 업체들이 가격 할인 정책을 쓸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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