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보편교육’ 선택 아닌 필수… “미래 민주주의 핵심 동력” [심층기획-AI 앞에 선 민주주의]
박지원 2023. 9. 7. 06:03
(4회)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를 위한 AI교육
핀란드의 ‘엘리먼츠 오브 AI’
“일반인도 쉽게 AI 기초 지식 습득”
정부 주도 무료 교육 프로그램 개발
170개 국가서 100만 이용자수 기록
“AI시대 공조해야 더 나은 미래 가능”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윈윈’
‘엘리먼츠 오브 AI’ 개발한 루스 교수
“AI 이해 없인 사회적 담론 참여 못해
다양한 목소리 없인 민주주의도 실종
보편교육 통해 건강한 여론 형성 중요”
세계적으로 AI가 모두의 일상에 빠르게 파고들면서 이전까지 주로 전문가의 영역 안에 머물던 AI에 관한 논의가 보다 넓은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가 되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필요했던 AI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이른바 ‘AI 보편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AI의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질 앞으로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공공 담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AI 교육의 보편화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헬싱키=글·사진 박지원 기자 g1@segye.com
핀란드의 ‘엘리먼츠 오브 AI’
“일반인도 쉽게 AI 기초 지식 습득”
정부 주도 무료 교육 프로그램 개발
170개 국가서 100만 이용자수 기록
“AI시대 공조해야 더 나은 미래 가능”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윈윈’
‘엘리먼츠 오브 AI’ 개발한 루스 교수
“AI 이해 없인 사회적 담론 참여 못해
다양한 목소리 없인 민주주의도 실종
보편교육 통해 건강한 여론 형성 중요”
#1.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카리 칼리오(65)씨는 지난해 은퇴 후 최근 온라인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엘리먼츠 오브 AI(Elements of AI)’를 수강했다. 언론에 AI에 관한 뉴스가 많아지며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고령임에도 어렵지 않게 AI 기초교육을 마친 칼리오씨는 “이제는 뉴스에서 AI 기사를 봐도 낯설지 않고 지인들과 AI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며 “나이는 있지만 내 자신이 AI 시대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웃어 보였다.
#2. 올해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 입학한 샤넷 토로넨(19)씨는 고등학교 때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수강했던 엘리먼츠 오브 AI를 최근 다시 한 번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이 된 지금 다시 수강하며 느끼는 바는 조금 다르지만, AI 교육이 어느 연령대에게나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토로넨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해 AI 교육을 들을 수 있었던 게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AI에 대해 잘 알고 AI 문해력을 가지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유용한 도구가 돼 줄 거라는 생각으로 AI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 올해 핀란드 알토 대학교에 입학한 샤넷 토로넨(19)씨는 고등학교 때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수강했던 엘리먼츠 오브 AI를 최근 다시 한 번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생이 된 지금 다시 수강하며 느끼는 바는 조금 다르지만, AI 교육이 어느 연령대에게나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토로넨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을 통해 AI 교육을 들을 수 있었던 게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AI에 대해 잘 알고 AI 문해력을 가지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유용한 도구가 돼 줄 거라는 생각으로 AI에 대한 이해를 깊이 있게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AI가 모두의 일상에 빠르게 파고들면서 이전까지 주로 전문가의 영역 안에 머물던 AI에 관한 논의가 보다 넓은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전문가가 되려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필요했던 AI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고 있다. 특정 집단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이른바 ‘AI 보편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AI의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질 앞으로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공공 담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AI 교육의 보편화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 내에서도 AI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핀란드는 특히 AI 교육의 보편화를 강조하는 나라다. ‘AI 기초교육’이라는 개념이 아직까지 희박한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AI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용하는 데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 기초교육 보편화’ 선도국 된 핀란드
보편성을 중시하는 핀란드의 AI 교육 기조를 반영해 탄생한 것이 무료 온라인 AI 교육 프로그램인 ‘엘리먼츠 오브 AI’다.
엘리먼츠 오브 AI는 핀란드가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던 2018년 정부 기금으로 개발됐다. 핀란드 경제고용부가 헬싱키 대학교, 기술 기업 리액터 등과의 협업으로 만든 엘리먼츠 오브 AI는 EU 의장국이 임기를 마칠 때 EU에 선물을 남기는 관례의 일환으로 EU 국가들에 무상으로 공유됐다. 이후 리액터의 교육 부서가 독립해 세워진 교육 기업 민나런(MinnaLearn)이 헬싱키 대학교와 함께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6월6일 핀란드 헬싱키의 민나런 사무실에서 만난 민나런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빌레 발토넨은 “처음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전체 국민의 1%가 엘리먼츠 오브 AI로 교육받게 하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목표를 달성했다. 지금은 핀란드 국민의 3%쯤인 약 15만명이 AI 기초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AI나 프로그래밍에 관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AI에 관한 기초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연령·성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AI의 원리와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특징에 힘입어 전체 이용자의 26%가 45세 이상 중장년층 및 노년층이기도 하다.
◆AI 교육, 왜 미래 민주주의의 핵심인가
엘리먼츠 오브 AI 개발을 주도한 테무 루스 헬싱키 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이를 무료 보편교육으로 개발한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이 사회적 담론에 역할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AI가 여러 분야에 점점 더 깊이 침투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활용되는지 모른다면 영향력을 갖기 힘들다”며 “소수의 전문가뿐 아니라 모두의 의견이 동등하게 가치 있게 여겨지도록 하려면 모든 사람이 AI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핀란드 내 최고의 AI 전문가 커뮤니티로 꼽히는 FCAI(Finnish Center for Artificial Intelligence)의 교육 분야 수장이기도 한 루스 교수는 AI 보편교육이 앞으로의 민주주의에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AI에 대한 이해 없이 개개인이 사회적 담론에 참여하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다양한 목소리 없이는 민주주의와 정치의 발전도 없기 때문에 AI 보편교육이 결국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루스 교수는 “모든 국민이 AI 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인 이해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타인의 관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AI 보편교육을 통해 모두가 AI를 각자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고 사회적 대화에 직접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 알고리즘으로 각자의 필터버블에 갇힌 사람들이 그 필터버블을 깨고 나오게 해야 사회를 발전시키는 건설적인 대화와 공공 담론이 형성될 수 있다”며 “그래서 모두를 위한 AI 교육은 민주주의와 정치 측면에서도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로 확산… “함께 성장해야 더 나은 미래”
핀란드는 AI 보편교육의 가치를 다른 나라들로 확산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EU 외에도 여러 국가와 협업해 엘리먼츠 오브 AI를 통한 AI 기초교육을 세계에 공급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세계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100만명의 이용자 수를 기록했고 26개 언어로 번역됐다.
AI 보편교육을 세계로 확산하는 배경에는 ‘공동 성장’의 가치를 향한 믿음이 있다. 민나런의 공동창립자인 비비 피트카넨은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한 국가가 혼자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 AI 교육 초기 단계에 있는 국가들의 경우 다른 나라와 교류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건 배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만들어진 좋은 선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AI시대를 맞아 전세계가 함께 대응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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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글·사진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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