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티스의 허벅지에 무너진 앤서니 리조 그리고 뉴욕 양키스[슬로우볼]

안형준 2023. 9.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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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사소한 줄 알았던 충돌이 양키스의 시즌을 바꿔놓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9월 6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 1루수 앤서니 리조가 올시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이날 리조의 '시즌 아웃'을 발표했다.

지난 8월 4일 뇌진탕 후유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리조는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부상자 명단에 오른지 벌써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가 갖춰지지 않았다. 양키스는 남은 기간 동안에도 리조의 몸 상태가 준비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리조의 부상은 약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홈 경기였다. 양키스가 10-7로 샌디에이고를 꺾은 경기였다. 6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잰더 보가츠가 삼진을 당했고 양키스는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가 리드 폭이 컸던 1루 주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잡기 위해 1루로 강하게 공을 뿌렸다. 1루수로 나선 리조는 타티스가 귀루하기 전에 태그하는데 성공했고 더블 아웃으로 샌디에이고의 공격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태그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다. 타티스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대신 오른발을 쭉 뻗으며 귀루를 시도했고 허리를 숙이며 송구를 받은 리조의 머리를 허벅지로 강하게 쳤다. 리조는 타티스를 태그한 뒤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결국 교체됐다. 리조는 당시 '목 부상'으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졌고 이어진 시애틀 매리너스와 3연전에 결장했다. 그리고 이동일까지 총 4일을 쉰 뒤 6월 3일 LA 다저스 원정에서 다시 라인업에 복귀했다.

강한 충돌이었지만 4일의 휴식을 부여받았고 복귀했다. 짧은 휴식을 불러온 가벼운 해프닝에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는 리조와 양키스가 맞이한 불행의 시작이었다.

리조는 타티스와 충돌 전까지 양키스 최고의 타자였다. 리조가 해당 경기까지 시즌 첫 53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304/.376/.505, 11홈런 32타점. 그때까지만 해도 리조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에 다시 전성기를 되찾는 듯했다. 5월 29일까지 양키스에서 리조보다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단 한 명, 애런 저지(.291/.398/.633 15홈런 35타점) 뿐이었다. 리조는 저지와 함께 양키스 타선을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양키스는 시즌 초반부터 지구 내에서 중위권에 그쳤고 5월 초에는 최하위까지 내려앉기도 했지만 걱정할 단계는 아니었다. 쌍두마차의 활약으로 5월 말에는 3위까지 다시 순위를 끌어올렸고 승차도 좁혀가고 있었다.

하지만 리조의 부상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리조는 충돌 후 성적이 거짓말처럼 곤두박질쳤다. 6월 한 달 동안 .173/.311/.227 5타점에 그쳤고 7월에는 월간 성적이 .167/.235/.222 1홈런 4타점으로 더 떨어졌다. 충돌 전까지 53경기에서 .304/.376/.505 11홈런 32타점을 기록한 '특급 타자'였던 리조는 충돌 후 46경기에서 .172/.271/.225 1홈런 9타점을 기록하는 '최악의 타자'가 됐다.

설상가상 양키스는 6월 초 다저스 원정에서 저지까지 발가락 부상을 당해 이탈하며 사실상 타선의 두 동력을 동시에 잃었다. 저지가 부상자 명단으로 향하고 리조가 완전히 추락한 양키스는 완전히 힘을 잃고 추락했다. 5월까지 팀 득점이 275점이었던 양키스는 6-7월 팀 득점이 185점에 그쳤다. 7월말 저지가 복귀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지 혼자서는 팀 타선을 완전히 지탱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승률도 뚝 떨어졌다. 5월까지 승률이 0.586이었던 양키스는 6-8월 세 달 동안 한 번도 월간 승률 5할을 넘지 못했다(6월 0.478, 7월 0.400, 8월 0.357). 세 달 동안 승률 0.408을 기록하는데 그친 양키스는 8월 중순 시즌 승률 5할도 무너졌고 이제는 우승 도전은 커녕 최하위 탈출과 1992년 이후 첫 루징 시즌(승률 5할 미만)을 면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즌아웃된 리조는 올시즌을 99경기 .244/.328/.378 12홈런 41타점의 성적으로 마쳤다.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3년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리조는 풀타임 데뷔 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시즌 100경기 미만 출전(단축시즌 제외)을 기록했고 역시 처음으로 규정타석 소화에 실패했다. 올시즌 리조의 wRC+(조정 득점생산력)는 99. 리그 평균(100) 미만에 그쳤다. 리조가 리그 평균 미만의 타격 생산성을 보인 것은 데뷔시즌(59) 이후 처음이다.

한 번의 충돌이 가져온 후유증은 컸다. 1989년생 리조는 34세의 베테랑. 이제는 신체 능력도 회복력도 떨어질 나이다. 강한 충돌 후 커리어에 영향을 받은 포수들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리를 강하게 부딪힌 리조의 이번 부상도 남은 커리어를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자료사진=앤서니 리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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