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함운경 "4.3항쟁ㆍ여순항쟁ㆍ정율성공원이라니…깜짝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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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 기사는 이달 1일 [삶] 함운경 "난 남파간첩 만나 커피 마시고도 신고 안했다"(종합)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함운경(59)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달 8월 15일부터는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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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 정치인들, 남한이 북한보다 우월 인정한다면 용기 내야"
[※ 편집자 주= 함운경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의 인터뷰 기사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 기사는 이달 1일 [삶] 함운경 "난 남파간첩 만나 커피 마시고도 신고 안했다"(종합)라는 제목으로 나갔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기자= 함운경(59)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제주 4.3사건을 '4.3항쟁'으로, 여순반란사건을 '여순항쟁'으로 불러서는 안되고 국가기관이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 공산주의자인 정율성을 기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함 회장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주 4.3사건은 유엔의 도움으로 대한민국을 수립하려는 계획을 저지하고 파탄 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고, 여순반란은 이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남로당 군인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의 정체성은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인데, 이런 곳에 홍범도 동상을 세우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 "다만, 이런 문제를 거론하기에 적절한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했다.
1982년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학생운동에 투신했고, 4학년 때인 1985년 5월에 서울 을지로 미문화원 점거 농성의 주모자로 투옥됐다. 교도소에서 나온 이후 학원 강사, 조경사업자를 거쳐 횟집 사장이 됐다.
그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선거에 여러 차례 출마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달 8월 15일부터는 민주화운동동지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술·담배는 어느 정도 하나.
▲ 담배는 10년 전에 끊었다. 술은 좋아한다. 나는 10년 전 가슴에 스텐트 시술을 했다. 심장의 대(大) 혈관 3개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꽉 막혔다고 했다. 서울에서 건강검진을 마치고 군산으로 내려오고 있는데,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지금 당장 빨리 응급실로 가라는 것이었다. 나 때문에 버스가 멈추면 그것은 민폐라고 했다. 그 길로 응급실로 달려갔다.
--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되나.
▲ 나는 횟집을 운영하면서 수산물을 인터넷으로 팔고 있다. 오전 6시에 수산물 경매시장에 가고, 오전 9시에는 수산물을 소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 오후 2∼3시쯤 되면 주문 들어온 것을 발송한다. 오후 5시는 횟집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이다.
-- 직원은 몇 명을 두고 있나.
▲ 나를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 한 분은 영업이사로 경영진에 해당하니 종업원은 2명이다. 우리 횟집은 1억5천만 원 자본금의 주식회사 방식이다. 5천만 원을 낸 친구도 있는데, 배당을 한 번도 못 했다. 매출은 많을 때 월 4천만∼5천만 원이었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나오지 않는다.
-- 그전에 여러 직업을 가졌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처음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에서 수학 강사를 했다. 일타 강사였을 정도로 잘했는데, 학원강사가 꿈은 아니었기에 그만뒀다. 다음에 조경회사를 운영했다가 파산하고 말았다.
-- 조경회사를 운영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할 듯한데.
▲ 군산에서 첫 번째 수주를 했는데, 3억6천만원의 대금을 받지 못했다. 이걸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수주하다 보니 2016년에 이르러서는 거의 망했다. 나는 조경산업기사 자격증까지 땄지만, 기술보다는 중요한 것이 가격경쟁력이었다. 그다음이 관리능력이 필요한데, 나는 건설업 경험이 없고 사람을 부리는 능력이 빵점이었다. 위험 관리 능력도 부족했다.
-- 조경회사를 접고 횟집을 시작했나.
▲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지자 주변 사람이 멸치 추석 선물 세트를 팔자고 제안했다. 의외로 잘 팔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불쌍해서 사람들이 사준 것이었다. 나는 그 사업이 괜찮은 줄 알고 이어가다 지금은 횟집을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 본인의 삶은 성공적인가.
▲ 성공 여부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 후회되는 일은.
▲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 측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다. 선거에 나갔을 때는 사람들이 후원금을 내줬다. 이런 마음의 빚이 많은데,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면서 빚진 것도 있지만 정리하지 못했다.
-- 젊은 시절 학생운동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나.
▲ 나는 세계사적 흐름에서 사회주의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수십억명 중 한 명이었다. 인제 와서는 내가 진짜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
-- 최근 논란이 되는 광주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건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그건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국가의 정체성에서 어긋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개인적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사상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신조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거나, 나쁜 영향을 줬던 사람을 기릴 수는 없다.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사람을 기념하거나 추모해서는 안 된다. 정율성은 북한 인민군 자격으로 6.25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다. 현재의 중국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 북한의 조선인민군 행진곡도 작곡했다.
-- '4.3항쟁'과 '여순항쟁'이라는 표현에 대한 의견은.
▲ 내가 먹고사느라 정신이 없이 지냈는데, 어느 날 깜짝 놀랐다. 제주 4.3사건이 '4.3항쟁'으로, 여순반란사건이 '여순항쟁'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유엔의 도움을 받아 남한에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는 계획을 남로당이 저지하고 파탄 내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다. 여순반란은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을 보내려 했는데, 남로당 군인 중심으로 이를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다. 그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사건의 본질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든다.
--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동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육사는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 한국을 지키는 군 간부를 키우는 곳이다. 그것이 육사의 정체성이다. 그런 육사 생도들이 존경할만한 사람을 동상으로 선택해야지,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서 독립운동을 한 사람을 동상으로 세울 일은 아니다. 육사 내 홍범도 동상은 언젠가는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시점에서 이런 사안을 거론해야 하느냐는 시기적인 문제는 있다.
-- 한국의 의회 민주주의가 망가졌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 586 운동권들이 볼 때 대한민국은 친일파가 세운 나라이고, 분단에 기생한 세력들의 국가다. 그들로서는 끝까지 싸워야 할 대상이다. 그런 자세는 투쟁이지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마지막에는 다수결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토론이 필요하다.
-- 국민의힘도 민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나.
▲ 국민의힘은 웰빙 정당이다. 민주당을 타도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고, 싸울 투지도 없어 보인다. 민주당은 혁명을 꿈꿨던 사람들이어서 상대방을 그렇게 규정하고 싸우는 데 익숙하다.
-- 지금 한국에서는 누가 진보인가.
▲ 나는 이미 10년 전부터 진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역사의 반동 세력이라고 했다.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주는 사람들이 진보다. 역사를 퇴보시키고 거꾸로 가게 하는 세력들을 진보라고 할 수는 없다. 진보가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남의 것을 빼앗아서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과거 운동권들의 좌파적 사상 기본은 약자 보호 아닌가.
▲ 말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고, 사회가 평등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그걸 지대추구라고 한다. 기득권 세력이 되면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집 가정 형편이 기울어서 산꼭대기에 산 적이 있다. 나는 어머니가 어렵게 번 돈으로 연탄 4개를 사서 언덕배기를 올라가는데, 그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 형편이 괜찮았을 때는 그런 장면이 눈에 띄지 않았다.
-- 과거 586 운동권들은 학창 시절에 어려운 삶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었는데.
▲ 인제 와서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것이 결국은 집값을 올리고, 사람들을 직장에서 내쫓는 제도를 설계했다. 강제로 부를 나누고, 억지로 월급을 올린다고 해서 세상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람들을 노동시장에서 쫓아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 586 운동권의 사고구조에 대해 평가한다면.
▲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개인의 자유나 인권보다는 전체를 강조하는 것이다. 특히 민족을 강조할 때 그런 경향을 보인다. 북한이 내세우는 게 혈연 민족주의다. 우리 민족은 하나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개인의 자유보다 민족과 국가가 우선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은 위험하다.
-- 개인보다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나는 조직보다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와 조직을 강조하면서 멸사봉공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의미가 없다.
-- 민주화 유공자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는 이미 보상받았다. 명예 회복도 이뤄졌다. 공산주의 혁명가로 살았던 사람도 민주주의 운동을 한 것으로 신분 세탁이 이뤄지기도 했다.
--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낸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노태우 대통령은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 그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북방정책을 이뤄냈다. 전대협 대표 임수경이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했던 일이 있다. 그때 임수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이었다. 평양의 광장에서 환영대회가 열렸는데, 박철언 당시 대통령 특별보좌관이 그 경기장에서 임수경을 봤다고 한다. 노태우 대통령이 큰 틀에서 나라를 생각한 것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구축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12년 전 일본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오염수가 지금보다 천배, 만 배 정도 나왔어도 문제가 없었다. 실험을 위해 태평양에 그렇게 많은 수소폭탄과 원자폭탄을 터트렸는데도 문제는 없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없다고 본다.
-- 본인한테 변절자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많나.
▲ 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 댓글에 "한자리하려고 그런다", "국민의힘에 아부한다" 등의 비난 글이 붙는다. 처음에는 횟집 영업을 못 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므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 586 운동권들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는 게 정상이다. 20대에 가졌던 사회주의 사상, 공산주의 사상을 아직도 갖고 있다면 더 이상 내가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성취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생각을 바꿔보기를 바란다. 자기가 주변으로부터 왕따 될까 두려워하지 말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후손을 위한 길이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미래세대에 좋은 세상을 물려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후손들이 죽창가를 부르는 대신에 인공위성 쏘아 올린 누리호 찬가를 부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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