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국은 안고 러시아는 때린다…오늘 한중회담 성사 주목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성사되더라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지 않아 이를 '정상회담'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중국을 대표해 국제무대에 나온 인사와 회담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성과라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6일 저녁 자카르타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 확정은 안됐고 내일(7일) 정도로 리창 총리와 한중 회담을 할지 여부를 얘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날(6일) 오후 진행된 '아세안+3(한일중)'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이행 등 강력한 공조를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국의 반응에 대해 "중국이 구체적으로 대답은 안 했다"며 "많은 북한의 불법, 은밀한 행동들이 중국이라는 영토와 공해상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부에서 '한중일'이 아닌 '한일중'의 표현을 쓰는 것에는 "3자 정상회의 자체만 놓고 보면 원래 자국을 먼저 놓고 차기 의장국을 다음에 놓는다"고 했다. 차기 의장국이 일본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볼 때는 현 정부 들어서 자유의 가치를 중심으로 미국, 일본과 보다 긴밀한 안보, 기술 협력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북미관계보다도 미북관계, 한중일보다도 한일중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에서는 한일중 정상회의 복원 등을 내세우며 협력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에 맞서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더라도 상호 존중과 공동이익 추구라는 대전제로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고 다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협력 재개가 필요하다. 중국 역시 저성장 장기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활로를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듯이 한국, 일본, 중국 3국 협력의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를 비롯한 3국 간 협력 메커니즘을 재개하기 위해 일본, 중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의장국이자 아세안+3에서 3국을 대표하는 조정국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다자회의를 계기로 부산엑스포(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연쇄적인 양자회담을 갖는 것의 성과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지할 수 있는 건 주요 경쟁국이 대단히 공격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유치전이 치열해지는 만큼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 투표일(11월28일)을 앞두고 복잡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정은-푸틴에 경고 날린 尹…"미국과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평화를 해치는 북한과의 군사협력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경고를 날렸다. 대통령실은 실제 회담이 이뤄질 경우 한미 차원에서 강력한 대응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즉각 중단" 발언을 한 이후 대통령실 차원에서 거듭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다자회의에서 북한 핵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참석자들에게 북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와 노동자 해외송출 차단에도 적극 참여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강경한 메시지에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가 반영됐다. 외신 등은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총비서가 열차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김 위원장이 10일부터 13일까지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해주는 대신 북한이 필요한 군사위성, 핵잠수함 기술과 식량 지원 약속 등을 받아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러시아)는 다섯 개(안보리 상임이사국)중 하나인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해 비토권을 갖고 가장 중요할 때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는 나라고 다른 한 나라(북한)는 20여년 동안 유엔 안보리가 가장 엄중하게 보고 가장 혹독한 결의안을 시행하고 있는 당사자"라며 "이 두 나라가 만나서 협력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에 위해를 가할뿐 아니라 국제 안보의 레짐(체제), 규약과 합의사항을 일거에 모두 거스르는 행동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백악관의 인식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북한을 겨냥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활용할 무기를 제공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함께 각종 정보자산 등을 활용해 김 총비서의 방러 회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왔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둘(김 총비서와 푸틴 대통령)이서 무엇을 주고받기 위해서 얘기하는 지는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도 "북한이 러시아와 여러 가지 전쟁물자, 그리고 공격용 무기, 군사기술을 놓고 협의하고있다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 중이다. 어떤 행동을 할지는 실제 (회담이) 이행될 경우에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한편 현재로서는 이 문제를 놓고 미국과 북한 간에 물밑접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당장 계획하고 있는 방러 문제를 말리기 위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아세안 차원에서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공고하게 연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나라마다 분위기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그런 나라들이 북한 문제에 확고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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