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불명예 기록 써가는 세자르호, 이제는 베트남·카자흐에게도 진다
끝없는 부진…항저우 AG·올림픽 예선도 빨간불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년 연속 전패.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 사상 첫 4강 탈락. 한 수 아래로 꼽혔던 베트남, 카자흐스탄에 패배.
세자르 에르난데스(스페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각 종 불명예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는 사라진 지 오래됐고 아시아에서도 배구 변방으로 밀려날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올 파리 올림픽 세계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은 지난 6일 태국 나콘라차시마의 찻차이홀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5-6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0-3(24-26 23-25 23-25)으로 졌다. 한국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카자흐스탄에 고전하며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은 당연한듯 '4강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내내 기대 이하였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베트남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며 실망스럽게 출발했고 2차전이었던 대만과의 경기도 3-2로 힘겹게 이겼다.
시작부터 꼬인 한국은 8강 리그에서도 태국에 0-3으로 셧아웃 패배하며 4강 진출이 무산됐다. 여자 배구가 아시아선수권에서 준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것은 1975년 대회가 시작된 뒤 처음이었다.
한국 배구는 도쿄 올림픽 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기존의 간판들이 은퇴한 뒤 세대교체 과정이기는 하지만 처참한 경기력이 반복되고 있다.
'세자르호'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VNL에서 승점 1도 따지 못하며 사상 첫 12연패 기록을 썼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3세트만 따냈고 전패의 수모를 겪었다. 심지어 수원 안방에서 열린 3주차 경기에서 불가리아, 도미니카공화국, 중국, 폴란드에 완패했다. 홈 팬들의 응원을 받았음에도 승점 획득도 못한 것이 뼈아팠다. 세자르 감독은 "나아지는 과정"이라고 항변했으나 2년 동안 달라진 것은 없었다.
우리보다 약체 팀들이 많은 아시아선수권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으나 태국에서 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태국 참사'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베트남, 카자흐스탄에 잇달아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카자흐스탄은 2016년에는 대한체육회에서 개발도상국 초청 합동훈련을 하며 우리가 배구를 가르쳐 줬던 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팀에도 셧아웃 패배를 기록했다. 큰 키를 이용한 오픈 공격 일변도에 맥없이 당했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와 뜨거워진 인기와 별개로 한국 여자배구는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우리와 아시아에서 경쟁했던 태국과는 이미 격차가 벌어진지 오래다. 세계 정상급인 일본, 중국은 이제 더 이상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세자르 감독 체제로 당장 이달 파리 올림픽 세계예선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달 중순 폴란드로 떠나 파리 올림픽 예선 C조 경기를 갖는다.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미국, 콜롬비아, 태국, 슬로베니아를 상대하는데 8개 팀 중 2위 안에 들어야 내년 올림픽 본선에 나갈 수 있다. 현재 전력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어려운 미션이다.
2012 런던 올림픽 4강, 2016 리우 올림픽 8강, 2020 도쿄 올림픽 4강에 오르며 국위선양에 앞장섰던 한국 여자배구는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예선을 마치면 곧바로 대표팀은 항저우로 향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2010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 동메달을 수확했던 여자 배구대표팀이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에 그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세자르 감독의 계약 기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다. 현재 프랑스 리그 넵튠스 드 낭트의 사령탑을 겸하고 있는 그는 국제대회를 마치면 큰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날 준비가 된 상태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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