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대응체계 전면개편해야…당국 조사인력 등 통합 필요"

최훈길 2023. 9. 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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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통제하려면 현행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의 시각에서 대응체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이 이달 발표하는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편방안' 관련해 "우리 자본시장 규모(거래대금 기준 세계 7위)에 걸맞은 조사·수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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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인터뷰
선고까지 수년 걸리고 솜방망이 처벌
금융위·금감원 비효율, 권한 한계탓
범죄자 잡는 촘촘한 시행령 만들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를 제대로 통제하려면 현행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의 시각에서 대응체계를 바라봐야 합니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최근 서울 강남구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이 이달 발표하는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편방안’ 관련해 “우리 자본시장 규모(거래대금 기준 세계 7위)에 걸맞은 조사·수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새로 구축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변호사는 금융위·한국거래소·국무조정실 등의 자문직 위원을 맡고 있다.

검찰 재직 당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알려진 조 변호사는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산파’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2019~2020년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조사기획관 파견 당시 증권범죄 대응체계 개편·강화 방안을 금융위와 국회에 제안했다. 올해 두 차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그가 제안한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제도 등 대책이 정책과 법안에 전격 반영됐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금융경제범죄 및 금융규제대응팀장, 가상자산 형사대응팀장)는 “자본시장은 자본주주의 심장”이라며 “자본시장이 공정하면서 효율적으로 작용하도록 지켜내는 것이 금융 분야 전문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사·법학과 석사, 미국 듀크대 로스쿨 △사법연수원 29기 △삼성그룹비자금 특별수사검차본부, BBK 특별검사팀 파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부장검사 △국무조정실 법률자문관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 총괄기획팀장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특수)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검찰개혁추진단)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총괄교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조사기획관 △부산지검 제1차장검사(특수) △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대한변협 및 서울변협 기획위원회 위원 △신용회복위원회 위원 △국무조정실 자체규제심사위원회 위원 △한국주택금융공사 규제심의위원회 위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법률자문위원, 면책심의위원. (사진=이영훈 기자)
그럼에도 그는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대응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갈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전 국민 계좌가 6000만개를 넘을 정도로 주식거래가 급증했는데, △범죄 발생부터 법원 선고까지 37개월(금융위 2016~2021년 집계)이 걸리는 비효율적 체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선진국 대비 미비한 금융당국의 조사권한·규모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과 같은 문제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조 변호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국민의 시각에서 ‘불공정거래 대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편 방향에 대해 “근본적으로 금융당국의 조사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검찰도 전문성을 강화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월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당시만 해도 금융당국의 늑장대응, 엇박자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두고 조 변호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금감원 조사국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대규모 사건의 경우 즉각적인 공동조사가 진행돼야 하고, 특별사법경찰(특사경) 투입이나 협력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조사 인력·특사경 등 관련 인력이 금융위·금감원에 뿔뿔이 흩어져 있고, 조사 권한·범위도 제각각이다.

조 변호사는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산하에 금감원 조사국 3개를 편입시켜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조사기능이 통합되고 실체 파악을 위한 영치권, 현장조사권 부여 문제도 없어진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사경 조직은 금감원 산하에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이 좋다”며 “금융위 산하에 있는 특사경을 금감원 산하로 이관해서 통합하고 검찰의 지휘를 받아 신속하게 수사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한국거래소의 이상거래 적출시스템과 심리 기능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출시스템을 수시로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며 “공소장, 판결문 등 최종적 사건처리 결과를 시장감시위원회에 신속히 공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에 범죄 혐의자 관련 ‘통신조회’·‘계좌동결’ 권한 부여 △금융범죄 수사청 설립도 주문했다.

조 변호사는 금융위가 이달 공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령 관련해 “축척한 판례와 연구자료를 토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부당이익 산정기준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범죄자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도입하는 사법협조자 형벌감면 제도를 널리 홍보하고 명확한 감면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삼성그룹 비자금 특별수사검찰본부, BBK 특별검사팀 파견 등을 거친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였다. 2016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시절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고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를 재판에 넘겼다. 부산지검 1차장검사 당시 오거돈 성추행 사건을, 인천지검 1차장검사 당시 이은해 조현수 계곡 살인사건을 지휘했다. 인천지검 1차장 때인 작년 6월28일 조 변호사는 법무부 중간간부 인사 발표 2시간여 뒤 검찰 내부망에 “인생의 전부였던 검찰을 떠난다는 인사를 드릴 때가 됐다”며 사직 인사를 올렸다. (사진=이영훈 기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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