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정신 깃든 전통기술의 품격…'2023 무형유산축전'에서 만난다
100명 장인 작품 소개 '보유자 작품전'
"무형유산의 가치 전 세계로 확산"
9월 10일까지 전주시 일원
[전주(전북)=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미날과 대팻집을 칼같이 맞춰 커다란 나무판을 갈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와 함께 대팻밥이 수북이 쌓였다. 바로 옆에서는 2인 1조로 커다란 나뭇조각을 자르는 톱질이 한창이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마름질을 시연하는 모습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시간 수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장인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야외공간에서 펼쳐진 ‘국가무형유산 합동 공개행사’ 현장. 소목장 박명배 씨의 시연 장면이다. 박 씨 외에도 매듭장 김혜순, 망건장 강전향, 조각장 곽홍찬 등 9명의 보유자가 현장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며 그동안 갈고닦은 솜씨를 선보였다.
공연과 전시, 체험으로 무형유산을 즐길 수 있는 ‘2023 무형유산축전’이 개막했다. ‘무형유산축전’은 무형유산의 새로운 의미를 밝히기 위해 마련한 종합축제다. 올해는 ‘전승’과 ‘창조’라는 주제 아래 오는 10일까지 전주시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이번 행사는 무형유산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미래 세대에 온전하게 전승하고자 설립된 국립무형유산원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더했다”며 “우리 무형유산의 가치를 전 세계로 확산해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무형유산 공연을 두루 만날 수 있다. 탈놀이를 주제로 재담·춤·국악이 어우러지는 창작극 ‘탈생’, 국가와 지역 무형유산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강조한 공연 ‘품다’, 한국 전통 줄다리기 한마당 축제 등을 마련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전승의 향연, 창조의 기록’을 주제로 열리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작품전’(10월 1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누리마루 기획전시실)이다. 1973년 ‘인간문화재 공예작품전시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올해로 51년을 이어져 온 행사다. 이번 전시에서는 ‘갓일’에서부터 ‘사경장’에 이르기까지 100명의 보유자와 전승교육사의 작품 178점을 소개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석장 부문의 최초 명장인 이재순의 ‘천록’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루를 닮아 꼬리가 길고 외뿔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이다. 상상의 동물인 천록은 잡귀를 물리치는 성스러운 동물로 인식되어 궁궐의 석조 장식물로 쓰였다. 망치와 정으로 돌을 쪼아서 작품을 만드는 이 명장의 손에서 숭례문과 익산 미륵사지 석탑 등이 다시 태어났다. 이 명장은 “선의 역동성에 중점을 두고 몸의 비늘과 갈기를 표현한 작품”이라며 “경복궁 영제교에서도 천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핑크빛 한복을 연상시키는 침선장 박영애 전승교육사의 ‘해인사 요선철릭’은 고려 시대 사람들이 만들어 입던 겉옷이다.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내부에서 발견된 복장유물을 세모시로 재현했다. 박 교육사는 “분홍색이라 여성들이 입던 옷이라고 생각하지만 고려 말 소년이 입던 옷”이라며 “시대에 따라 옷을 장착하는 방식도 변화돼 왔다”고 했다.
이외에도 영상 축제 ‘연결’에서는 지난 10년간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에서 상영된 작품 가운데 8편을 다시 보여준다. 야외마당에서는 매일 오후 7시에 미디어 파사드 ‘기록의 정원을 산책하다’를 만나볼 수 있다. 8∼9일에는 한·중·일 3개 도시의 대표적인 예능 종목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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