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대웅그룹의 30대 CEO, 매일 동물병원 가는 이유

지용준 기자 2023. 9. 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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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준 대웅펫 대표 "반려동물 먹거리도 사람의 것처럼"
대웅그룹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 수장을 맡은 이효준 대웅펫 대표가 사업 방향성과 자신의 목표를 제시했다. /사진=임한별 기자
반려동물용 건강기능식품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4월 30대의 젊은 나이로 대웅그룹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전문기업의 수장을 맡은 이효준 대웅펫 대표다. "반려동물이 먹는 것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는 요즘 신제품을 들고 매일 10곳 이상의 동물병원을 찾는다.

"지난 7월 출시한 동물병원 전용 제품인 에피클(췌장 효소 보조제)을 소개하기 위해 매일 현장을 뛰고 있어요. 이미 200여곳의 동물병원 원장님들과 만났는데 초기 반응이 좋아서 힘이 납니다."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젊은 나이에 대표직을 수행한 만큼 책임감이 크다"며 "그룹사 안에 포함된 회사지만 아직 스타트업인 만큼 직접 발로 뛰면서 기존에 계획한 큰 틀에서 사업 방향성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사맨이 된 생명과학도, 다시 생명과학업계로


대웅펫은 2019년 설립된 한국수의정보가 전신이다. 2021년 8월 대웅그룹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대웅펫으로 기업명이 바뀌었다. 대웅펫은 동물의약품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특화된 업체다. 국내에선 33번째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수의과학검역원으로부터 CRO 공식 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최근엔 반려동물의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혁신신약 개발과 반려동물 의약품,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자인 문재봉 대표와 각자의 장점을 살려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며 "임상 CRO 파트는 문 대표가, 나머지 펫 제품화와 영업 부문은 제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대웅펫의 수장이 되기까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1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한 그의 첫 회사는 무역회사였다. 이른바 '상사맨'이다. 이 대표는 취업 후 한 달 만에 해외로 떠났다. 주재원으로 파견된 것. 4년 이상을 회사에 몸을 담았으나 홀로서기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로 창업에 도전했다. 이 대표는 "창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하루 치열했다"고 소회했다.

반려동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2020년 귀국 후였다. 그의 두 번째 직장인 핏펫이다. 이 대표는 "핏펫에 해외 사업 팀장으로 입사를 했다"면서 "회사가 반려동물 제품의 해외 수출을 준비하던 상황에서 제 이력에 관심을 줬다"며 웃었다.

핏펫에서 이 대표는 승승장구했다. 핏펫의 제품을 글로벌 유통사인 아마존, 쇼피, 라자다, 큐텐 등에 입점시켰다. 당시 핏펫의 연매출 200억원 가운데 60%는 이 대표의 팀에서 담당했다. 이 대표는 능력을 인정 받아 2022년 1월 영업실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이 대표는 대웅그룹의 동물의약품TF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이전까지 이직 제의가 왔을 땐 모두 거절했다"면서도 "대웅그룹 자회사의 대표이자 COO(최고운영책임자)라는 게 욕심이 났다. 주도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자리인 점도 이직을 한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효준 대웅펫 대표가 휴먼 스탠더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임팩타민펫의 흥행… 새로운 도전


"'커스터머센트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고객 관점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죠. 아마존의 철칙이면서 저의 철칙이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이직 후 보다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대웅제약의 대표 비타민 브랜드인 임펙타민을 펫 사업에 접목한 임펙타민펫을 론칭했다. 임팩타민펫은 이 대표의 '휴먼 스탠더드'가 적용된 첫 제품이다. 휴먼 스탠더드는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를 '사람' 건강식품 제조시설에서 만들고 '사람' 식품과 동일한 품질관리, 투입 함량이 아닌 제품 함량 기준으로 영양 성분을 표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 대표는 "임펙타민펫 론칭으로 대웅펫이 얻은 것은 브랜드 인지도다"며 "소비자가 우리 제품을 알기 시작했고 브랜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휴먼 스탠더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재 국내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제외하면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은 모두 사료관리법에 의해 분류돼서다. 이로 인해 진입 장벽은 낮지만 위생 문제가 발생하는 제품도 많이 관찰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휴먼 스탠더드는 반려동물이 먹는 것도 전부 사람 기준에 맞춘다는 의미"라며 "제조 시설과 품질 기준 등 반려동물이 먹는 모든 것에 대해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물용의약품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


대웅펫은 동물용 혁신신약 개발에 나섰다. 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동물용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으로 4개를 개발하고 있다"며 "혁신신약의 초점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2주에 한 번 먹어야 되는 약을 두 달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 만 병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약효의 반감기를 늘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 반려동물의 당뇨병 혁신신약으로 시장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대웅펫이 5호 동물용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올해 본격화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전 세계 각국에 에피클의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미국 현지(15곳)에서 미팅을 마친 상태"라며 "일본과 태국 수출을 위한 통관 서류 작업도 끝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이 크다"며 "대웅펫의 기업가치를 1000억원으로 높이는 게 최우선의 목표"라며 약속한 동물병원으로 발걸음을 뗐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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