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한 독일이 한국보다 먼저 통일된 건 슬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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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페촐트(63) 감독은 지금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페촐트 감독은 '어파이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일 한국을 첫 방문했다.
페촐트 감독은 "독일 분단은 독일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세상에) 잘못한 나라가 한국보다 더 일찍 통일이 됐다는 건 끔찍하고 슬픈 일"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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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소재로 인간이 벌이는 끔찍한 일 표현
통일됐지만 동서독 지역 차이는 여전히 커"
크리스티앙 페촐트(63) 감독은 지금 독일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여섯 차례 초청됐다. 신작 ‘어파이어’(2023)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을 받은 ‘바바라’(2013)에 이어 두 번째 은곰상 수상이었다. 페촐트 감독은 ‘어파이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지난 1일 한국을 첫 방문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페촐트 감독은 역사나 신화를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바바라’는 동서독 분단이 배경이고, ‘피닉스’(2014)는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운디네’는 물의 정령인 운디네 신화를 가져와 베를린의 역사를 탐색한다.
‘어파이어’는 이전 작품들과 결이 좀 다르다. 발트해 연안에서 여름을 보내는 네 젊은이의 사연을 통해 인간의 오만과 비겁, 우매를 꼬집는다. 산불이 주요 소재로 비운의 도시 폼페이의 이미지를 차용한다는 점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페촐트 감독은 “인간이 지구와 기후에 하고 있는 끔찍한 짓이 바로 산불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춤을 출 수 있는 아름다운 여름을 더 이상 갖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젊은 작가 레온(토마스 슈베르트)은 옛 동독인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곤 한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독일 분단의 후유증이 감지된다. 페촐트 감독은 “통일 이후 태어난 사람이라도 만나면 어디 출신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같은 나라 안에 아주 큰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이 통일돼도 남북이 함께 성장하기까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촐트 감독은 “독일 분단은 독일인의 잘못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세상에) 잘못한 나라가 한국보다 더 일찍 통일이 됐다는 건 끔찍하고 슬픈 일”이라고도 말했다.
페촐트 감독 영화들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자전거를 종종 탄다. ‘어파이어’ 속 나디아(파울라 베어)도 마찬가지다. 페촐트 감독은 “일본 영화 ‘만춘’(1949) 속 남녀가 자전거 타는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인데 여기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했다. 그는 “약 15년 전부터 독일에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데 굉장히 좋은 변화”라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과 차를 타는 사람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페촐트 감독은 처음 찾은 한국에서 강렬한 순간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는 “지하철에서 한국 남자가 갑자기 다가오더니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친구를 소개하며 (페촐트 감독의) 영화 ‘옐라’(2007) 속 옐라 같지 않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페촐트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이창동 감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영화 이야기를 나눈 것”을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글 사진=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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