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풍력 '뚝심' 두산…터빈 공장 넓히고 수출길 연다

경남(창원)=이세연 기자 2023. 9. 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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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과 한국 제조업의 기회<4> 두산에너빌리티
①창원 풍력터빈 공장 증설…亞 지역 8MW 터빈 수출 논의
[편집자주] 해상풍력발전이 중심지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다른 아시아 지역과 신흥국까지 급속히 확산 중이다. 특히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해상풍력 목표를 대폭 늘리며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지을 때 필요한 공급망 병목도 심화하고 있다. 철강, 터빈, 기계부품, 타워, 하부구조물, 케이블 등 해상풍력 공급망 확보가 이 분야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의 제조업이 해상풍력 공급망 측면에서 보유한 역량이 주목 받는다. 머니투데이는 해상풍력과 한국 제조업의 '시너지'를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고 있는 대표적 한국 기업들을 통해 살펴본다.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공장 전경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지난달 16일 찾은 경상남도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 풍력 공장. 생산시설 확장을 위한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기존 1, 2공장으로 나뉘어있던 풍력 공장을 합쳐 1공장(1700여 평)의 4배 규모인 부지에 통합 공장을 짓기 위해서다. 두 공장을 통합, 확장해 물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설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올해 연말 완공될 새 통합 풍력 터빈 공장에선 대형 해상풍력 터빈을 개발, 생산한다. 해상풍력은 육지보다 설치부지의 제한이 적고 풍속이 높아 발전기 모델의 대형화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세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풍력발전기 제작사(OEM)들은 현재 발전용량 13~16MW의 터빈을 공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대형화되는 세계 해상풍력 터빈 시장에 발맞춰 설비를 확충하고 기술개발을 늘리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풍력발전기 국산화 이뤄낸 두산에너빌리티…"이젠 글로벌 시장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2005년 풍력 터빈 제조에 진출한 뒤 현재까지 터빈 제조를 영위하는 대표적 한국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풍력사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2010년대 들어 줄줄이 사업을 접었지만 대기업 중 거의 유일하게 풍력 터빈 제조 사업을 지속했다. 전세계가 탄소배출 저감이라는 큰 흐름에 들어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이 필수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확고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금까지 풍력 터빈 R&D(연구·개발)에만 약 2000억원을 투입한 배경이다.

이 결과 2010년 3MW 풍력발전기를 시작으로 2019년 5.5MW 기술을 확보했고 지난해 8MW급 풍력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 2021년엔 현재까지 국내 최대 해상풍력 단지인 100MW 규모의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에 5.5MW급 터빈 18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이날 방문한 풍력2공장 내부에도 한림해상풍력단지에 납품할 허브(블레이드에서 전달된 회전에너지를 증속기로 전달하는 부품)와 나셀(로터에서 얻은 회전력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발전장치) 2쌍이 놓여 있었다. 약 2600㎡(800평) 남짓한 공장을 비좁게 느끼게 하는 거대한 제품들이다.

특히 두산의 '뚝심'이 평가받는 건 한국 내 풍력시장이 조성되지 않아 생산용량과 기술에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이어왔다는 데 있다. 현재 전세계 풍력발전용 터빈 OEM은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가메사(SGRE),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소수업체가 중국 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이들 기업과 두산간 기술격차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유럽 풍력시장이 급성장하며 기술개발과 생산용량 확대로 대응한 유럽계 터빈 제조기업들과 격차가 벌어졌다. 중국 골드윈드 등의 터빈 제조사들은 자국 시장을 앞세워 생산능력을 급속도로 키웠다.

기술장벽이 높아진 글로벌 터빈 시장 진입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기본적인 공급망 형성과 유지가 필요한 만큼 아직 한국 해상풍력 발전 시장이 형성 중인 현재 시점에는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산화된 모델을 계속 개발할 수 있도록 국산제품에 대해 대규모 실증단지를 연계해주는 지원이 그 예다. 수주가 되고 공급 물량이 있으면 트랙 레코드가 생기고, 개발을 유지해 해외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국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체 기술개발을 통해 터빈 제조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글로벌 OEM 기업들의 터빈에 비해 같은 발전용량이라도 블레이드(터빈의 날개)를 크게 제작해 발전 효율을 높인 게 대표적인 강점이다. 유럽 북해 등에 비해 풍속이 상대적으로 더 낮은 한국의 풍질에 맞춘 기술이다. 기술개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 지난달 31일엔 한국중부발전과 20MW급 이상 차세대 해상풍력 터빈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최고 수준의 터빈 사양 개발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경민 두산에너빌리티 파워서비스BG 풍력생산관리 팀장/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높은 부품 국산화율도 한국 터빈 OEM이기에 가능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블레이드, 타워 등 터빈 원가의 약 70%에 해당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한다. 130개의 국내 중소 부품업체가 터빈 제조 공급망에 포함돼 있다. 앞으로도 파생되는 시장도 크다고 전망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 기자재·터빈유지보수시장을 국내화해 65조원 규모의 시장이 생길 것이라 추산했다. 글로벌 시장의 러브콜도 시작됐다. 8MW 터빈 수출 논의가 한국과 풍황 환경이 비슷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O&M(운영·관리) 서비스, 해상풍력단지 개발과 시공, 등 해상풍력사업 전체 벨류체인에서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확대했다. 지멘스가메사와 나셀 조립 등은 물론 시공, O&M 서비스 등의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공장을 활용해 모노파일(하부구조물의 일종) 사업 진출도 추진한다. 모노파일의 경우 덴마크 국영 에너지기업 오스테드가 개발하고 있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공급을 논의 중이다.

인력도 확충했다. 지난 2021년 풍력 BU(비즈니스유닛)는 보일러BU와 통합해 인력을 100여명에서 600명으로 늘렸다. 차세대 모델 개발 등을 위해 풍력BU 인원을 약 2배 이상 증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경민 두산에너빌리티 풍력생산관리팀장은 "지역·지형 등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 개발 능력을 높여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영광에서 시운전 중인 8MW급 해상풍력발전기/사진제공=두산에너빌리티


경남(창원)=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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