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단식·괴담·조작·재난… 쉰내 나는 레퍼토리의 헛발질
무소불위 거대 野 대표가 단식하며 약자 코스프레
과거 한 번 속은 국민들 똑같은 수법에 고개 돌려
민주당이 지난주 국회 행안위에서 핼러윈 참사 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것은 ‘세월호 어게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은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탄핵이라는 종착지에 이르자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세월호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다.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계산한 속내를 감추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의 그 저급한 인식이 작년 10월 핼러윈 참사 직후 또 확인됐다. “세월호에 버금갈 파장” “최소한 2년 갈 이슈”라고 시시덕거렸다. 그러나 국민들이 ‘핼러윈’에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세월호’와 차이가 있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희생자 명단 공개도, 추모 공간 설립도 흐지부지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방류를 태평양전쟁이라고 불렀다. 2008년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를 뇌사 상태에 빠뜨린 광우병 파동을 리바이벌해 보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를 외친 단체들이 ‘죽창가’를 부르며 다시 뭉쳤다. 그때는 미국 햄버거 먹방 찍었던 여배우가 청산가리 발언을 했는데 이번은 오사카 맛집 순례를 했던 여자 밴드 보컬이 “방사능비 내리는 지옥에 분노한다”고 했다. 유튜브에 그녀가 출연한 동영상이 10편가량 떠있다. 초밥 전문점에서는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하고 청어 소바집에서는 국물 맛에 “아 예술이다”라고 감탄한다. 촬영 시점은 2016년이다. 일본이 아무 안전 조치 없이 하루 300톤씩 오염수를 방류한 지 5년 됐을 때다. 당시 일본 바닷물이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거나 희석해 방류하는 이번 오염 처리수보다 위험도가 1000배는 됐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다니며 즐거워한 사람이 뒤늦게 내리는 이슬비 방울이 옷에 튄다고 화를 내고 있다.
민주당과 응원 세력들의 공포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수산 시장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불매운동 대상이 된 아사히 맥주, 유니클로 같은 일본 제품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노 재팬’ 캠페인을 이끈 좌파 사이트엔 “이젠 끝인가요”라고 탄식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3월 대선 사흘 전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를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한 언론 보도가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대장동 사업 대주주가 공모한 허위 조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병역 비리 은폐, 기양건설 10억 수수, 안기부 예산 선거 전용, 해외여행 경비 20만달러 의혹 등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재판에서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 났지만 이 후보가 낙선한 뒤였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내내 시끄러웠던 ‘오세훈 생태탕 의혹’도 개표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좌파는 진실을 난도질해 표와 맞바꾸는 일에 아무 죄의식이 없다.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던 1983년 5월 18일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은 민주화 5개 항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언론 통제 때문에 ‘정치 현안’ ‘정가 관심사’ 같은 암호문으로 보도된 이 단식이 23일간 이어지며 전두환 철권통치에 작은 균열을 일으켰다. 지난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무기한 단식을 시작하면서 “폭력 정권에 맞서는 마지막 저항 수단”이라고 했다. 1983년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에 한 줄만 올려도 온 국민에게 전달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의 장관을 마음대로 탄핵할 수 있는 거대 의석이 이재명 대표의 주머니 공깃돌이나 다름없다.
한국 국민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짧다고 한다. 싫증을 잘 내고 뭐든지 새 상품을 선호한다. 총선 때마다 각 당 공천과 본선을 거치면서 절반 이상씩 물갈이가 이뤄진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에 성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정치판에서 민주당은 9년 전 세월호 재난, 15년 전 광우병 괴담, 21년 전 병풍 조작, 심지어 40년 전 단식을 재소환했다. 그야말로 쉰내 풀풀 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전에 한번 속은 국민들이지만 똑같은 수법에 계속 넘어갈 리가 없다. 손쉽게 우려먹어 보려던 얕은 꾀가 번번이 헛발질이다. 정치 공작 솜씨만큼은 귀신 같다던 좌파의 총기와 상상력이 고갈된 모양이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리에 총력전을 펴느라 기진맥진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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