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인이 없었다면 ‘국민 화가’ 이중섭도 없었다
“이중섭의 열정적 작품 활동은 일본인 아내의 헌신적 사랑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6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2023 이중섭과 서귀포’ 세미나의 주인공은 80년 동안 이중섭을 사랑한 여인이었다. ‘국민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1921~2022) 여사. 발표자로 참석한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는 “홀로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과의 재회를 고대하며 늘 배려를 잊지 않는 아내라는 ‘절대적 이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중섭이 작품에 몰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67년 전 이중섭이 세상을 떠난 날. 최근 ‘이중섭, 그 사람’을 펴낸 오누키 기자는 ‘이남덕 여사 인터뷰가 우리에게 알려준 것들’이라는 주제로 마사코 여사에 대한 취재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오누키 기자는 “2017년과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마사코 여사를 인터뷰했고, 그 과정에서 둘째 아들인 태성씨로부터 70여 통에 달하는 방대한 편지를 제공받았다”고 했다. 이중섭이 마사코에게 보낸 8통을 비롯해 한국 지인들이 마사코 여사에게 보낸 편지, 마사코가 이중섭에게 보낸 편지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 한국에서 그간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는 “마사코 여사가 이중섭에게 쓴 편지를 읽어보면 그녀가 이중섭의 아내로 살기 위해 얼마나 뼈저리게 노력했는지 느껴진다”고 했다.
1951년 12월 20일 마사코가 친정 부모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을 보살피는 아내의 절절한 심경이 드러난다. “작년 여름 원산에서 시골로 잠시 피신했을 때 생긴 심한 소화불량이 만성화되었는데, 제주도 서귀포에서는 여름부터 차차 영양실조까지 겹쳐 이 두 가지가 몸을 상하게 해 피골이 상접한 상황입니다. 아고리(일본어로 턱을 뜻하는 ‘아고’와 이중섭의 성 ‘李’를 합친 말로 턱이 긴 이중섭의 애칭) 역시 정신적 고뇌와 함께 쇠약해지고, 그래도 예술에 대한 열정은 원산에서 긴 세월 호되게 당해왔던 일만으로도 다시금 격렬하게 타올랐습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중섭 연구자 서지현씨는 이중섭의 일본 유학 시절과 자유미술가협회 전시에 출품한 작품 목록, 이남덕 여사와의 만남 등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엔 오임수 서귀포시 부시장, 강상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양윤경 전 서귀포시장, 다케다 가쓰토시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총영사, 김영순·이지호·김선두·김종학·정현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강명언 서귀포문화원장, 이왈종 화백, 김기주 김한미술관장, 고영우 기당미술관 명예관장, 이중섭 화백의 조카손녀 이지연·지향씨와 이종조카 이태호씨 등 각계 인사와 제주 도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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