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전차는 ‘러 쌍둥이’… 미사일은 사거리도 같아
북한이 수년간 러시아 각종 첨단 무기 업체를 해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최근 북한이 공개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 등 첨단 무기에 러시아 기술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식량 부족 등 경제난에도 우주 발사체,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추진 잠수함 같은 개발에 진전을 본 ‘비결’이 해킹이었다는 것이다.
국가전략연구원과 국방안보포럼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공개된 만리경 1호는 러시아 위성 업체 스푸트닉스를 해킹한 기술이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북한에 위성체 관련 기술을 공식적으로 이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핵심 기술은 국가 기밀 사항이기 때문에 우방이라도 넘겨주는 것이 극히 제한된다. 이에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기술 탈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영상 자료를 보면, 만리경 1호는 육각 기둥 모양에 접이식 태양전지판을 4개 갖추고 있다. 길이는 1.3m, 무게는 300㎏으로 추정된다. 스푸트닉스가 개발한 사각·육각 기둥 위성체는 길이 0.1m로 초소형이라 크기에서는 북한 것과 큰 차이가 나지만 외형 자체는 흡사하다. 위성체의 여러 형태 중 북한이 육각 기둥을 택한 것은 러시아의 기술을 따라가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인 번개 5호(KN-06)도 러시아 S-300, S-400과 판박이다. 번개 5호와 S-400는 차량당 원통형 발사관이 4개인 형태로 동일하다. 이동식 발사대도 5축 10륜으로 일치한다. 요격 대상인 전투기나 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와 레이더 차량도 두 미사일 시스템이 거의 흡사하다. 번개 5호와 S-300은 사거리가 100~150km 정도로 비슷하다. 러시아 미사일이 사거리 폭이 더 넓고 요격률도 월등하지만 기술 원리 등이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S-400 등을 생산하는 알마즈-안테이사를 해킹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19년 러시아 전차 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를 해킹해 각종 설계도면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북한이 2020년 공개한 신형 전차 ‘M-2020′의 하체는 러시아 주력 전차 ‘T-14 아르마타’와 같이 7축 형태다. 포신의 길이와 포탑의 외형도 유사하다.
북한은 2021년 러시아 미사일 업체인 NPO 마시의 로켓 설계 부서도 해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4년 설립된 NPO 마시는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ICBM, 우주 발사체 개발 등에 관여했다. 현재도 극초음속 미사일과 위성 기술, 차세대 탄도탄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해킹으로 액체연료 ICBM 개발에 도움을 얻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NPO 마시가 개발한 무기 중에는 ‘연료 앰풀화’ 기술이 적용된 액체연료 ICBM인 UR-100N(RS-18A)이 있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까닭에 신속한 발사가 불가능한데, 제조 단계에서 엔진에 연료를 주입해 밀봉하는 기술인 앰풀화를 이용하면 고체연료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발 빠른 발사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북한이 NPO 마시 침입에 성공한 시점인 2021년 북한이 미사일 연료 앰풀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니언스 시큐리티 센터의 문종현 이사는 “북한이 첨단 방산·우주 기술 확보를 위해 러시아·중국 등 우방에도 전방위적 해킹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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