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의 부활… 4050이 가장 많이 탄다

김아사 기자 2023. 9. 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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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층이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
그래픽=백형선

지난 8월 국산 승용차 판매 순위에 이변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경차. 배기량 1000cc 미만 작은 차를 뜻한다.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경차는 레이, 캐스퍼, 모닝 등 총 3종인데, 이 3종이 모두 판매 상위 톱 10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때 2030 세대의 엔트리카(생애 첫 구입차)로 각광받다가 수입차, 고급차 열풍 속에서 인기가 시들해진 경차가 부활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달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경차 판매량은 2012년 21만6221대를 기록한 이후 9년 연속 감소해 2021년엔 반 토막이 난 9만8781대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13만4294대로 증가하며 반전했다. 특히 업계에선 과거 엔트리카로 각광받던 시기 입학, 입사 시즌이 몰린 2~3월에 집중됐던 경차 구매 행태가 올 들어선 8월에 높아지는 등 이례적 판매고가 이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경차의 소비자가 달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경차 등록 대수는 1만278대로 전달과 비교해 3.7% 늘었다. 8월 전체 차량 판매는 전달보다 11.6%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경차를 제외하면 다른 차급 판매는 모두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차량별로 보면 레이가 3793대 판매돼 6위에 올랐고, 캐스퍼가 7위(3692대), 모닝(2762대)이 10위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경기 침체에 따른 4050세대의 아르바이트 등 구직 증가와 캠핑 문화 확산, 더 경제적인 소비 문화 등이 어우러져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본지가 자동차 데이터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와 경차 구매자들을 분석해 보니, 올해 1~8월 경차는 40대(1만7208대), 50대(1만5808대), 30대(1만4030대), 20대(5267대) 순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51.6%)가 전체 경차 구매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최근 새벽 시간 아파트 단지 등에선 택배 등을 배달하는 4050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들의 상당수가 경차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실제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올 1분기 4050세대의 아르바이트 지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4.3%(36만216→142만344건), 100.3%(21만3803→42만8202건) 증가했다.

경차 중에서도 박스카로 넓은 공간이 특징인 레이와 SUV인 캐스퍼가 인기를 끄는 것이 바로 이런 현상 때문이란 것이다. 자동차, 배달 커뮤니티에는 짐을 많이 적재할 수 있고, 잦은 이동으로 유류비를 줄이는 데 최적화된 경차를 추천하는 이들이 많다. 쿠팡 배달을 하는 50대 김모씨는 “높은 금리에 최근 기름 값까지 많이 올라 경차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고 했다. 업계에선 “다마스와 라보 등 경상용차가 단종된 자리를 레이, 캐스퍼 등이 대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차는 캠핑용 차량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차량의 2열을 접으면 성인 2명이 누울 공간이 마련된다. 레이는 캠핑차의 1번 조건이라 불리는 ‘평탄화(평평한 바닥)’ 정도와 실내 공간이 중형 SUV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차박용 텐트 등을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의 한 기아 매장 관계자는 “세컨드 카로 경차를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저가 전기차 출시도 경차 인기 부채질

잇따른 저가 전기차 출시도 경차 인기에 우군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과 가격을 감안했을 때 아직은 대형 SUV보다 작은 차가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기아는 지난달 중국에서 2000만원대 SUV EV5를 출시한 데 이어 더 작은 EV3, EV4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GGM을 통해 내년부터 캐스퍼 전기차를 생산한다. 이런 흐름 속에 경차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업체들도 가격이 저렴한 경차 전기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GM의 메리 배라 CEO는 “전기차 판매 증가를 위해선 가격을 3만달러 아래로 낮추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GM은 3만달러대인 이쿼녹스 EV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이 차량은 가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생산된다. 폴크스바겐과 테슬라도 2만달러대 소형 SUV 개발에 돌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유가 상승, 전기차 보조금 감소 등에 따라 한동안은 경차 인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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