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겨운 춤사위로 아시아 정복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진천선수촌 오륜관 2층에선 연일 힙합 가락이 흘러나온다.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브레이킹(브레이크 댄스) 대표팀 선수들이 연습을 위해 튼 음악. 국가대표 비보이와 비걸들이 머리에 스냅백(챙이 넓은 모자)을 쓰거나 두건을 두르고, 귀에는 무선 이어폰을 낀 채 맹연습(춤)하고 있다. 선수촌 ‘신입생’이면서도 이방인 같은 이들이지만 연습에 임하는 자세는 못지않게 진지하다.
브레이킹은 힙합 음악에 맞춰 춤 대결을 펼치는 종목. 흔히 ‘비보잉’이라 불린다. 선수들이 춤을 추면 심사위원들이 5가지 항목(기술력·표현력·독창성·수행력·음악성)을 채점해 승자를 가린다. 스포츠라기보단 예술처럼 취급됐지만 규칙이 있고 운동 능력도 필요하다는 특성이 받아들여져 정식 종목이 됐다. 내년 파리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이다.
브레이킹 대표팀은 비보이 2명, 비걸 2명 등 4명이다. 선수들은 “즐기면서 추던 춤인데 태극 마크를 다니 부담감을 느낀다”며 “열심히 훈련한 만큼 항저우에서 메달을 쓸어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비보이(B-boy) 세계 랭킹 7위 김헌우(36·활동명 윙)는 강력한 우승 후보다. 지난 7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아 브레이킹 선수권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12세 때였던 1999년부터 비보잉을 시작해 올해로 춤 경력 24년 차. 그러나 그는 “선수로는 1년 차”라면서 “그동안 비보이 무대에서 해오던 걸 스포츠 대회에서 제대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브레이킹이 아시안게임·올림픽 종목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정말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번에 금메달을 꼭 따서 우리도 훌륭한 운동선수라는 점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대표팀 맏형이자, 비보이계 전설로 인정받는 김홍열(38·홍텐·세계 20위)도 아시아선수권 동메달 기세를 몰아 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부에선 비걸(B-girl) 세계 14위 전지예(24·프레시벨라)가 유망하다. 원래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꿈꾸던 ‘김연아 키즈’였지만 ‘대성하기엔 어렵겠다’는 점을 자각하곤 그만뒀다. 대신 춤에 빠졌다. 댄스 학원에서 브레이킹을 처음 접한 뒤, 허리 디스크가 터질 정도로 연습을 거듭해 세계 정상급 비걸로 자리 잡았다. 그녀는 “그동안 그냥 (느끼는 대로) ‘춤’을 췄다면 이젠 뭔가 (형식에 맞춰) ‘운동’을 하는 것 같다”며 “선수촌에서 체계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까지 받으니 순발력이나 힘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7월 아시아선수권에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 색을 의식하기보다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마음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걸 세계 36위 권성희(27·스태리)도 가능성이 있다. “재미있어서 춤을 췄는데, 이제 국가대표로서 지원과 응원을 많이 받아서 그에 걸맞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경기는 10월 6~7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세계 랭킹이 비슷한 일본과 최근 급성장한 중국이 만만찮은 경쟁 상대. 정형식(42·식) 대표팀 감독은 “모두 비보이·비걸계에선 세계적인 선수”라며 “메달은 당연하고 색깔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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