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조 펀드, 화웨이 띄우기… 꺾이지 않는 中 반도체 굴기

변희원 기자 2023. 9.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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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美 제재 뚫고 자립 돌파구

미국 정부의 강력한 대(對)중국 기술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산업 활성화를 위해 55조원에 달하는 대형 국영펀드를 조성했고, 지난달 말에는 자체 생산한 7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칩으로 만든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미국이 동맹국까지 동원해 기술 제재 수위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투자로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3000억위안(약 54조7000억원) 규모의 국가 지원 투자 기금인 ‘중국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재무부가 전체 기금의 20%에 해당하는 600억위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 등 반도체 강국과의 경쟁을 위해 만드는 펀드로 주요 투자 분야는 반도체 제조 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중국 언론들은 “우리는 달러가 아니라 인재를 비축하고 있다”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발언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7나노(nm) 칩을 선보인 화웨이 띄우기에 나선 것이다. 사진은 런정페이(오른쪽)가 2015년 영국 런던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런던 지사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EPA 연합뉴스, 그래픽=박상훈

◇중 정부, 55조 규모 반도체 펀드 조성

중국 정부가 일명 ‘빅펀드’라고 불리는 반도체 투자 기금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4년과 2019년에 각각 1387억위안, 2000억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첫 번째 펀드를 내놓은 이후 약 10년 만에 펀드 규모가 두 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지금까지 중국 빅펀드는 중국 내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중신궈지(SMIC)와 화훙반도체,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 양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대형 반도체 기업에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파운드리 업체인 우한훙신반도체(HSMC)와 취안신집적회로(QXIC)의 경우 빅펀드로부터 받은 막대한 투자금을 모두 날리고 지금까지 단 한 개의 반도체도 생산하지 못했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5.9%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올라가는 데 그쳤다.

IT 업계는 이번 펀드는 기존과 달리 반도체 제조 장비에 집중 투자를 하면서 미국의 기술 제재에 정면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의 14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중국에 대한 미국 반도체 생산장비 기업의 수출을 사실상 차단한 데 이어 네덜란드·일본 등 동맹국 장비기업의 대(對)중국 수출도 규제하면서 장비 확보가 중국 반도체 자립의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픽=백형선

◇미국 공격받은 화웨이 띄우기도 나서

하지만 최근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화웨이가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는 SMIC가 생산한 7나노급 반도체가 탑재됐다. 4일 SMIC의 7나노 칩 생산 보도가 나온 직후 홍콩 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11% 넘게 상승했다. 미국의 제재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이자 중국 기술력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단 경고였다.

중국 언론들은 7나노 반도체 생산을 “중국이 미국 기술을 대체하려는 노력에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 띄우기에 나섰다. 5일 중국경제주간·신징바오 등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우리는 달러가 아니라 인재를 비축하고 있다”는 런정페이의 발언을 집중 보도했다. 런정페이가 지난 7월 인사 관련 부서와의 회의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사실상 모든 매체가 보도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런정페이의 발언은 중국 전체로 퍼졌다.

중국 매체들이 런정페이의 이 같은 발언을 집중 보도하는 것은 화웨이가 최근 미국의 견제를 뚫어냈다는 것을 홍보함과 동시에 ‘기술 인재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곧 애국’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화웨이는 대중 제재의 집중 공격 대상이었기 때문에 미국에 맞서는 영웅의 이미지도 심을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생산에 뛰어든 화웨이는 중국 정부로부터 약 300억달러(약 40조 원)를 지원받아 기존 반도체 공장 두 곳 이상을 인수했고 새로운 공장 3개 이상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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