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위 전술 폐기… ‘공권력 상징’ 뉴욕경찰 물렁해지나
시위대가 정해진 지역을 한 발짝만 벗어나면 가차 없이 응징해 ‘강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미국 뉴욕 경찰(NYPD)이 지금보다 시위에 부드럽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020년 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이 사망한 이른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워싱턴 DC 등 여러 도시가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경찰 대응력을 약화시켜 범죄가 늘고 있는데,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까지 합류하며 질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앞으로 대규모 시위의 진행 상황을 범죄 발생 위험 정도에 따라 4단계(4단계가 가장 위험)로 나누고 이 중 2단계(불법 행위 발생 조짐) 이후에만 특수 기동대 또는 경찰 추가 인력 배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뉴욕 경찰 개혁안’을 5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뉴욕 시내에서 시위를 하면 보호복을 입고 진압봉을 손에 쥔 NYPD가 철제 펜스로 바리케이드를 쳐 시위대를 포위하는 이른바 ‘케틀링(kettling·주전자)’ 전술을 펴왔다. 주전자 뚜껑을 닫아 김을 막듯이, 시위대를 철제 울타리 안에 가둬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시위대의 행동이 얼마나 과격한지, 민간인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등은 평가하지 않고 모든 시위에 대해 법 규정을 지키는지를 엄격하게 따져 대응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담은 용어다. 하지만 이날 애덤스 시장의 발표에 따르면, 이 같은 무관용 전술은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NYPD는 아울러 ‘협력 위원회’를 신설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평가하기로 했다. 이 또한 경찰의 적극적 대응을 위축시키는 조치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한 것을 계기로 뉴욕시가 이런 조치를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같은 계기로 ‘범죄 관용’ 정책을 폈던 워싱턴 DC는 올해 범죄율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하는 등 치안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상황이다. 1984~2006년 NYPD에서 일한 경찰 출신 애덤스의 ‘변심’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2021년 시장 선거에서 ‘약화한 뉴욕의 치안을 복구하겠다’는 대표 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고도, 흑인 표심을 의식해 입장을 뒤집었다는 비난이 나온다.
뉴욕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악명 높은 우범(虞犯) 도시였지만 1994년 연방검사 출신 루돌프 줄리아니가 시장으로 취임하며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고 이후 급격히 범죄가 줄어든 역사가 있다. 이후 뉴욕의 강한 경찰력은 도시를 지탱하는 힘으로 여겨졌는데, 애덤스가 이번 조치에 이어 흑인 표심을 겨냥한 경찰력 약화 대책을 더 내놓을 경우 범죄율이 더 올라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노조인 경찰자선협회 패트릭 헨드리 회장은 CNN에 “조직적인 폭력 시위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켜 뉴욕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케틀링 전술(주전자 전술)
케틀링(Kettling·주전자) 전술은 경찰이 집회 참석자들을 철제 울타리 등으로 포위해 이동 반경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전자 뚜껑을 덮어 김을 막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면 곤봉 등으로 저지하고 계속 저항하면 체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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