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재 응용… 매력적 오답으로 변별력 확보”
6일 치른 9월 수능 모의 평가에서 국어 난이도는 꽤 어렵다는 평을 받은 작년 수능과 유사했다는 분석이 많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최서희 교사는 이날 “(모의 평가에서) 킬러 문항은 배제했지만 문제와 선택지를 정교하게 출제해 난이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작년 수능에선 ‘클라이버의 기초대사량 연구’라는 낯선 개념이 한 페이지에 걸쳐 나왔다. 최소제곱법 등 과학·수학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풀 수 없어 대표적 킬러 문항으로 꼽혔다. 반면 이번 평가에선 공교육 과정을 넘는 배경지식이 필요한 문제나 복잡한 정보를 담은 지문은 없었다. 이날 국어에서 ‘압전 효과를 활용한 초정밀 저울’을 묻는 이과 지문도 평이한 단어로 설명해 문과생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압전 효과’ 개념도 EBS 수능 교재에 나왔고, 지문 길이는 작년 킬러 문항의 3분의 2 정도였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문·예술 통합 지문에서 출제됐다. 조선 시대 신분제를 설명하고 그에 관한 정약용과 유형원의 의견을 제시한 12~17번 지문이다. 입시업계가 고난도로 꼽은 16번의 경우, 지문을 바탕으로 영국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개념을 이해한 뒤 답을 맞히도록 했다. 단순한 오지선다가 아니라 추론이 필요한 문제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문은 EBS 연계 교재를 응용해 난도를 낮추되, 고차원적 출제로 난이도와 변별력을 유지했다”고 했다.
EBS 수학 대표 강사인 심주석 교사는 이날 “수학도 (변별력이 있던) 작년 수능이나 6월 모의 평가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수학에서 킬러 문항은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거나 세 가지 넘는 개념을 결합한 문제, 고교 공교육 이상을 학습한 수험생에게 유리한 문제 등이라고 교육부는 정의했었다. 심 교사는 “작년 수능 30번은 지수함수, 삼각함수를 합성하고 미분법 1~3단원 개념을 전부 동원해야 풀 수 있었지만, 이번 30번은 미분법 2단원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고 했다. 30번엔 킬러 문항이 자주 나왔다. 심 교사는 “수능에서도 초고난도 문제가 배치되는 뒷번호 문제를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수학의 경우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킬러 문항이 사라져 4점짜리 문제의 난도는 떨어졌는데, 2~3점짜리 문제 난이도는 작년 수능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영어도 지나치게 어려운 어휘나 복잡한 문장은 없었다. EBS 영어 대표 강사인 김보라 교사는 “작년 수능처럼 법학 관련 지문을 내며 학교에서 ‘정착’이라는 뜻으로 배우는 ‘settlement’를 ‘합의금’으로 해석하도록 하는 식의 문항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문을 해석한다고 바로 답이 나오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이 출제됐다”고 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작년 수능과 6월 모의 평가보다는 쉬웠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을 요구하거나 매력적인 오답(정답으로 헷갈리기 쉬운 오답)이 포함된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영어는 국어·수학과 달리 원점수 90점 이상을 맞으면 1등급이다. 작년 수능과 6월 모의 평가 1등급 비율은 각각 7.83%, 7.62%였다.
수험생 사이에선 “생각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나왔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난이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EBS에서 본 지문이 많이 나왔지만 문제가 까다롭다” “처음 보는 고전문학 작품이 나와 어려웠다” “수학이 쉬웠다는데 3점 객관식 문제부터 어렵고 시간이 모자랐다” 등 글이 올라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문과 문제 전반에서 EBS 체감 연계율이 확실히 높아졌다”며 “남은 기간 EBS 연계 교재 공부에 집중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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