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모평, 킬러문항 없지만 국어-영어 어려웠다”
수학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수준
올 수능, 최상위권 경쟁 치열할 듯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교과 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확실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 난이도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84일 만이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은 “변별력도 있게 출제돼 까다로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모의평가는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첫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능출제기관) 주관 시험이라 관심이 컸다.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지적했던 국어 영역 독서 과목의 경우 배경지식이 필요하거나 과도한 개념이 많이 들어간 지문이 이번 9월 모의평가에는 없었다. 출제 경향을 분석한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과학·기술 지문에 대해 “EBS 교재에서 다룬 ‘압전 효과와 초정밀 저울’에 관한 내용이었고, 배경지식이 없어도 지문에 충분히 정보가 제공돼 킬러 문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학 영역은 EBS 모의고사 교재에서 숫자만 바뀐 문항이 나오는 등 다소 쉬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수열을 다룬 12번 문항은 EBS 모의고사와 숫자만 달랐다. 종로학원은 “수학에서 EBS 문제가 똑같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6월에 킬러 문항 예시로 제시했던 ‘세 가지 이상의 수학 개념이 결합’하거나 ‘대학 수준 개념’을 알아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없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한국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지문이 배제됐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지가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함정으로 기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다소 쉬웠다. 6월에 수학이 최근 8년 사이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평가원이 이번에 난이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유사했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킬러 문항이 확실히 배제됐기에 수능 때 N수생은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원서 접수가 이달 8일까지인데 이날 모의평가 뒤 “나도 도전해보겠다”는 대학생이 많았다. N수생은 재학생보다 수능에 유리하므로, 올해 대입에서는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다음 달 5일 통지된다.
“대학수준 지문 사라진 9월모평, 질문 까다로워 변별력은 확보”
[9월 수능 모의평가]
“국어, 정답률 60%미만 문항
6월모평 5개서 12개로 늘어”
영어 1등급 비율 낮아질 듯
현장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위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이 있는지만 체크해 핀셋처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지 인쇄 전에 점검위가 킬러 문항이 있는지를 검토해 의견을 줬고 출제진이 이를 반영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 선택지 까다로워 체감 난도 높아
국어 영역은 특히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독서 영역의 모든 지문이 EBS 수능 특강 및 교재와 연계됐다. 8∼11번 ‘압전효과’ 관련 문제는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과학·기술 지문이지만 EBS 수능특강 과학기술 부문에서 주요 개념이 다 나왔다. 문학 영역은 “제시문 길이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수험생의 부담감이 줄었을 것”(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선택지는 까다로웠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선택지에서 정답과 오답을 판단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요소가 많아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높았다. 종로학원은 국어 영역의 표본조사 결과 정답률 60% 미만인 문항이 6월 모의평가 때는 5개였지만 이번에는 12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 수학은 최상위권 변별력 낮아질 듯
수학은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확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은 국어와 만점 격차가 15점까지 벌어질 정도로 ‘불수학’이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선택과목 ‘미분과 적분’은 6월 모의평가 대비 원점수 평균이 4.4점, ‘기하’ 5.2점, ‘확률과 통계’ 3.0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금까지는 교과 몇 단원의 전체 그림을 알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 단원 개념만 알아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표본조사에서는 정답률 60% 미만 문항 수가 6월 모의평가와 동일하게 10개로 나왔다. 중상위권의 변별력은 확보됐지만 수학 영역 만점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영어, 등급 하락 수험생 많을 듯
영어 영역은 EBS에서 봤던 지문이나 소재인데도 수험생들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지문을 끝까지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 선택지들의 오답 매력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며 “전문 지식이 없으면 해석해도 이해가 안 되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쉽게 출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영어 영역 원점수 평균이 6월 모의평가보다 2.2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7.6%로 2023학년도 수능(7.8%) 때와 유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등급 비율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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