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줬으면…”

이진구 기자 2023. 9.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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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마다 개개성이 있듯, 장애도 다른 사람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다양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길 회장은 "국내에선 아직은 장애가 있는 배우가 배역을 따는 게 쉽지 않고, 연기를 하는 사람도 적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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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별은 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장
“언어 장애 있어 대사하기 힘들지만
장애인에게 장애는 연기 아닌 인생”
“배…우마다 개…개성이 있듯, 장…애도 다른 사람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다양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길별은(본명 길윤배·54·사진)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은 4일 서울 마포구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배우마다 오랜 세월 살면서 생긴 개성은 남이 따라 할 수 없다. 장애도 마찬가지”라며 “장애인에게 장애는 연기가 아닌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여전히 장애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배우 정은혜와 청각장애가 있는 배우 이소별이 열연해 주목받았지만 특별한 경우로 꼽힌다. 앞서 길 회장은 2004년 연극 ‘크리스마스 캐럴’로 데뷔해 드라마 ‘갑동이’, 뮤지컬 ‘날개 없는 천사들’, 영화 ‘독 짓는 늙은이’ 등에 출연했다. 2012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길 회장은 말을 매끄럽게 하진 못한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대사가 제일 힘들다”며 “발성 연습 등 훈련을 많이 해서 데뷔했을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했다. 2014년 드라마 ‘갑동이’ 출연 때는 그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제작진이 한 회로 끝날 이름 없는 배역에 ‘하일식’이란 이름을 부여하고 분량도 늘렸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왜소증을 가진 배우 피터 딘클리지처럼 해외에선 장애 배우가 희화화되지 않는 역을 맡아 인기를 모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길 회장은 “국내에선 아직은 장애가 있는 배우가 배역을 따는 게 쉽지 않고, 연기를 하는 사람도 적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작품을 통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을 볼 수 있어요. 저를 보며 다른 분들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분이 제 연기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전해 듣기도 했고요. ‘저런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했대요. 하하하.”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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