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2차 격돌, ‘제 살 깎기’ 對 ‘대규모 투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가입자 1400만명을 넘어선 알뜰폰 시장을 두고, 중소 업체들과 대기업 자회사들 사이에서 상반된 전략이 나오고 있다.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0원 요금제를 공격적으로 재출시하는 가운데,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자회사 등은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알뜰폰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같은 목표를 설정하면서 각기 다른 방법론을 들고나온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0원 요금제 재출시하는 중소 업체
알뜰폰 0원 요금제는 말 그대로 통신비가 공짜인 요금제다. 평균 6개월간 통신 요금이 무료인 데다, 약정 기간 없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어 가격에 민감한 2030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알뜰폰 업체들은 시장 장악을 위해 앞다퉈 0원 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했고, 올 5월 중순에는 시중에 출시된 0원 요금제 종류가 70~80개에 달했다. 0원 요금제 흥행에 힘입어, 지난 5월 기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11만7513명)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4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황은 길지 않았다. 자체 통신망이 없는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요금제를 판매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망 도매시장의 점유율을 키우기 위해 알뜰폰 업체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는 만큼 영업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수요가 커지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급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재정이 탄탄하지 못한 알뜰폰 업체들은 통신 3사의 보조금이 줄어들자 0원 요금제를 축소했고 가입자 증가세도 완만해졌다. 지난 8월 기준 시중에 나온 0원 요금제 종류는 10개 미만이었다.
알뜰폰 업체들은 살길을 도모하기 위해 ‘제 살 깎기’를 선택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0원 요금제가 사라지고 나서 유입 고객이 크게 줄어들자,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줄이면서라도 0원 요금제를 재출시했다”고 말했다. 10개 미만이던 0원 요금제 종류는 현재 30~40개 수준으로 회복됐다.
◇대규모 투자로 차별화 나선 대기업 계열사
중소 업체들이 마진 축소로 부활을 노리는 가운데 대기업 계열 알뜰폰 업체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최근 과금 설비를 구축했다. 기존 알뜰폰 업체들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려면 일일이 통신사와 협의를 해야 했지만, 스테이지파이브는 자체 과금 설비를 만들어 요금제를 자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통신 3사의 입김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스테이지파이브 관계자는 “단순히 통신 3사의 요금제보다 가격이 저렴한 게 아니라, 다양한 제휴 서비스로 소비자별 맞춤 혜택이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세종텔레콤 등 일부 규모 있는 알뜰폰 업체들도 자체 전산 설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통신 업계에선 대형 업체들의 자체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과금 설비와 가입자 정보 관리 시스템(HLR) 등 전산 설비를 갖춘 업체에 큰 폭의 데이터 대량 구매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사실상 자본력이 있는 대형 업체를 위한 정책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결국 알뜰폰 시장은 중소 업체들이 마진을 줄이며 가입자 확보를 위해 0원 요금제를 지속 내놓고, 대형 업체들이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를 내놓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0원 요금제뿐만 아니라 제휴 브랜드 할인 혜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등장하며 소비자 선택지도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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