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개월새 29% 올라… 정유·조선주 들썩
국제 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의 원유 감산(減産) 연장 충격에 연중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최근 3개월 사이 29%나 올랐다. 더구나 앞으로 더 뛸 여지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투자자들이 유가 상승의 수혜를 받는 투자처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 유가 상승에 베팅하려면 증시에 상장된 원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할 수 있다. 유가 상승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데다, 증시에 상장돼 있어 손쉽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유가 환경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정유, 조선·기계 등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종목들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다만 유가 하락 리스크도 있는 만큼, 분산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원유 ETF·ETN 수익률 상위권 휩쓸어
국제 유가 상승세에 유가 관련 ETF도 오름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일 모든 ETF를 통틀어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 1·2위가 모두 원유 관련 종목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WTI원유선물(H)’이 6.35%,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원유선물Enhanced(H)’이 6.31%로 나란히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종목들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0%가 넘는다.
유가가 오를 때 두 배로 수익을 내는 원유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고공 행진 중이다.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ETN 1위부터 10위가 모두 원유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이 기간 ‘하나S&P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이 46.05%,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이 45.11%, ‘TRUE블룸버그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이 45.06% 올랐다. 다만 이런 레버리지 상품은 유가가 떨어지면 손실 폭이 두 배로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정제 마진 개선에 정유주 ‘웃음’
유가 상승에 따라 정유주(株)들의 매력도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유 1위 기업 엑손모빌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5.9% 올랐다. 쉐브론(+4.11%), 옥시덴탈페트롤리움(+3.57%) 등도 강세였다. 같은 기간 S&P500이 0.48%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통상 원유 가격이 오르면 정유사엔 호재로 인식된다. 미리 구입해둔 원유 재고의 평가 가치가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또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 등을 뺀 정제 마진이 상승해 수익성도 높아진다. 정유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정제 마진은 배럴당 12.7달러로 7월(6.6달러)의 2배로 뛰었다.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이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정유 업종 주가도 반등하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에쓰오일과 GS 주가가 각각 4.9%, 3.3% 올랐다. 증권가에선 정유 업종의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하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조3911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예상됐고, 에쓰오일도 전년 동기 대비 3배 많은 94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기계주에도 호재
유가 상승은 조선·기계 업종에도 긍정적이다. 고유가를 기반으로 산유국들이 대규모 선박·건설·플랜트 발주를 늘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가는 10년 불황을 뚫고 ‘수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조선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 호재인 국제 유가 외에도 업황 회복 국면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의 환경 규제로 친환경 선박(메탄올·LNG추진선 등) 교체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D현대 등 국내 조선 3사가 이 시장에서 꾸준히 절반 넘는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조선업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클락슨리서치의 8월 신조선가지수(새로 건조되는 선박 가격을 지수화한 것)는 174포인트로 사상 최고치였던 2008년 8월(191.5)의 90% 수준까지 올라있다.
이에 작년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던 조선 3사 주가는 올 들어 강세다. 한화오션이 올해 89.57% 상승했고 HD한국조선해양(+68.45%), 삼성중공업(62.8%) 등도 가파르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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