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반값 코로나 검사’ 가로막는 질병당국
의약계 ‘이권 카르텔’ 있나… 규제 장벽 낮춰야 K바이오 성장
코로나 감염병 등급이 독감과 같은 4급으로 낮아졌다. 대부분 공짜로 받던 코로나 PCR(유전자 증폭) 검사가 유료가 됐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6만원을 내야 한다.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정부 규제 탓에 써먹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검사는 ‘콧속 검체 채취→검체 이송→PCR 검사’ 3단계로 이뤄진다. 3단계 중 2단계 이송 과정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원스톱으로 한자리에서 세 과정을 다 끝내면 단가를 2만원대로 낮출 수 있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년 초 A바이오 기업이 이동식 현장 PCR검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유전자 증폭 시간을 줄여 1시간 만에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체육대, 여주시 등에서 이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이 시스템 덕분에 KIST와 한국체대에선 연구, 훈련 중단 사태 없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다. 여주시에서도 코로나 검사 시간과 비용을 줄여 지역 경제 위축을 막을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의 전국 확대를 위해 여주시와 기업이 노력했지만, 질병관리청, 식약처의 비협조로 결국 무산됐다.
질병관리청은 인가를 해준 건물 내 현장관리센터에서만 코로나 검체 수집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이동식 PCR검사센터는 불허했다. 결국 코로나 PCR검사는 씨젠, SD바이오 등 기존 업체가 독식했다. 병원 응급실용 신속 진단 키트의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짜 지원 대상’에 외국 제품을 넣고, 국산 신제품은 배제해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작년 2월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가 신문 칼럼을 통해 ‘신기술 가로막는 방역 행정’을 비판하자, 질병관리청에선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더 다양한 곳에서 현장 검사실이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업계에선 질병관리청과 기존 바이오 기업 간 ‘이권 카르텔’을 의심하지만, 질병관리청의 보신주의가 진입 장벽의 원인일 수 있다. 이후 A기업은 침을 이용한 코로나 PCR 검사 방법도 개발했다. 작년 2월 질병관리청은 “타액 검체 코로나 검사는 식약처 허가 제품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업체가 지난 3월 식약처의 타액 PCR 키트 제조 허가를 받았는데도, 코로나 타액 검사를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의약·식품 분야 양대 규제기관인 식약처의 규제 본능도 질병관리청 못지않다. 식약처는 올 초 국내 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에 대해 3상 임상 결과가 기준에 못 미친다고 퇴짜를 놨다. 주가가 폭락하고, 주주들이 식약처를 고발하는 등 큰 논란이 벌어졌다. “임상 3상 디자인이 식약처와 논의를 거친 것이었고, 이 디자인에 따른 유효성 지표를 충족시켰는데도 식약처가 ‘제 얼굴에 침 뱉기’ 식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의 지적) 앞서 식약처는 신생 기업이 개발한 새치 염색 샴푸에 대해 화장품으로 오인된다고 광고를 중지시키고, 독성이 의심된다며 판매 금지를 예고해 기업을 존폐 위기로 내몰았다. 논란이 되자 유해성 검증을 하겠다고 했는데,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그러는 사이 다른 대기업들이 유사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잠식했다.
질병관리청과 식약처는 의약품, 식품의 안전을 지키는 기관이니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신기술엔 보다 열린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더 간편하고 효율적인 기술이 개발되고 그 유효성이 현장에서 검증됐다면 적극 수용해야 관련 산업이 발전하지 않겠나. 현재의 규제 환경이 계속되면 K바이오의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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