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투 신청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9. 7. 03:02
16강전 제1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신진서 九단 / 黑 리쉬안하오 九단 흑>
白 신진서 九단 / 黑 리쉬안하오 九단 흑>
<제2보>(19~28)=신진서의 최근 잉씨배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 깊은 쾌거였다. 1988년 후지쓰배 이후 배출된 메이저 챔피언 수는 총 47명에 이르지만 이 중 5관(冠) 이상을 기록한 기사는 여덟 명뿐이다. 메이저 무대 유일의 ‘멀티 챔프’로 발돋움한 것도 자랑스럽다. 6명의 성주(城主)가 난립하던 춘추전국 양상이 신진서에 의해 정돈될 조짐이다.
백이 △에 둔 장면. 흑군을 향해 “나와서 끊고 한바탕 싸우자”고 외친다. ‘결투 신청’이다. 리쉬안하오는 19, 21로 절단, 백의 제안을 즉각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수가 최선이었는지는 의문이다. AI(인공지능)는 19로 참고 1도를 추천했다. 8까지의 정석을 거쳐 실전보 ‘가’로 젖히면 흑이 활발하다는 것. 22는 속수(俗手)처럼 보이지만 강수였다.
23으로 ‘나’에 단수쳐 반발하는 건 어떨까. 참고 2도를 보자. 4 이하의 활용이 좋아 16까지 백이 만족스러운 결과이므로 23은 정수라는 결론이다. 28까지 마치 흑백 간의 천원 정상(頂上) 선점 레이스를 보는 느낌이다. 여기서 흑은 갈림길에 섰다. ‘다’로 하변 안정을 도모해야 할까, 세력 분기점인 ‘라’로 늘어두는 것이 정답일까. 바둑이 중반전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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