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인천 미술의 부흥
“예술이란 강렬한 민족의 노래인 것 같다. 우리 것이 아닌 그것은 모방 아니면 복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사상계 1961년 9월호 김환기 글 ‘편편상·片片想’)
일본과 프랑스에서 미술 유학을 한 김환기 선생(1913~1974)은 평생 추상 회화작업에 몰두하면서도 고국의 자연과 전통을 잊지 않았다. 이중섭, 박수근과 함께 한국 최고의 미술작가 3인에 속하면서도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연신 갈아치우는 독보적 존재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의 ‘한 점 하늘, 김환기 회고전’을 통해 그의 40년 추상 예술세계를 한층 깊이 알 수 있었다. 7일까지 이어진 전시회는 도록에서만 볼 수 있던 1940~50년대 청년시절 초기 작품을 비롯해 미공개작, 스케치 등 120여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이다.
인천에선 이런 대가들의 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시립미술관을 보유하지 못한 탓인지 근대미술의 선구자들이 수두룩했던 역사는 퇴색됐다.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 최고봉 어진(御眞·왕의 초상) 화가 김은호, 기독교 성화의 효시 장발은 인천 출신이다. 1910년대 일본과 미국에서 미술 공부를 하기도 한 장발은 인천에서 활동했던 한국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에게 유화를 배운 것으로 전해진다. 추사 이후 최고 명필가로 일컬어지던 유희강, 국내 첫 공공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 초대 관장 이경성 등도 큰 족적을 남겼다.
어느 순간 이런 명맥이 끊겨 인천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도 유치 못하는 난감한 처지다. 부산에선 부산영화제와 별도로 5월마다 ‘5일간의 아름다운 장터’라고 외치는 ‘아트부산’으로 도시 전체가 들썩인다. 서울의 키아프(KIAF), 프리즈(Frieze)와 함께 국내 3대 아트페어로 등극했다. 민간 주도의 아트부산은 생성 AI 작품전, 아트테크와 같은 도발적 전시기획을 꾸준히 선보이고 해외 갤러리 유치 전략을 치밀하게 마련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발돋움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천에서도 미술 부흥을 위해 치열한 노력이 펼쳐졌다. 황해미술제를 비롯해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스티벌, 평화미술프로젝트가 주목받았다. 1999년 ‘다시, 황해의 바다’를 기치로 시작된 황해미술제는 반전평화 등 사회 이슈를 너무 부각하다 동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디지털아트페스티벌은 단발성으로 그쳤고 여성비엔날레나 평화미술프로젝트는 자생력을 발휘할 정도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2021년 시작된 ‘인천아시아아트쇼’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의 장점을 융합한 신개념 미술장터를 꿈꾸고 있다. 11월 말 예정된 인천아트쇼가 국내 3대 아트페어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이긴 하나 민간 창의성과 지역 특성을 살린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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