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한, 서평연대 열일곱 번째[출판 숏평]

기자 2023. 9. 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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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마이클 해리스 지음 / 김하늘 옮김 / 어크로스)

우리가 살 수 없는 미래



“저를 구매하세요.”

매일 보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수없이 많은 상품이 우리를 유혹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활력소’를 찾기 바쁜 손가락은 그렇게 또 구매하기 버튼을 누른다.

“STOP!”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모습을 향한 저자의 간절한 외침이 들렸다. 제발 멈추라고. 당신의 삶엔 소비가 아니라 ‘다른 게’ 필요하다고.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쿠퍼가 책장 너머에서 딸에게 남긴 메시지처럼 말이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소비하는 것만이 행복의 길’이라는 착각의 결과로, 우리의 터전인 지구의 상황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클 해리스는 그 위에서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모든 생명체를 위해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미래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현다연 / 출판편집자, 9N비평연대)

현다연



■한국 귀신 이야기 사전(문화류씨 지음 / 요다)

한국 귀신 이야기 사전



오늘날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귀신과 괴물들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恨)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로 점철된 ‘사연 있는 여성 캐릭터’, 그리고 점프 스케어 기법에 소비되는 ‘호러 장르의 장치’ 수준에 수년째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귀신·괴물이 캐릭터로서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은 민담과 설화의 표현 양식에 머무른 채 날것으로 작품 속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캐릭터가 가진 방대한 설정과 매력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결과물은 ‘지극히 인간다운’ 모습으로 귀결돼 인외 존재의 캐릭터성을 살려내지 못한다(드라마 속에 인간의 모습으로 나오는 도깨비와 구미호 등).

사전의 형식으로 귀신들을 소개하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편소설을 보여주는 ‘한국 귀신 이야기 사전’은 한국의 귀신과 괴물을 콘텐츠에 녹여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인간적이고 호러의 클리셰에 묶여 있지 않은 귀신과 괴물,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낯선 ‘캐릭터’를 계속 발굴해 낼 수 있음을 느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K-귀신과 K-괴물의 특별한 매력이 다양한 작업을 통해 더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김현구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김현구



■스몰 플레저(클레어 챔버스 지음 / 허진 옮김 / 다람)

스몰 플레저



남자와의 관계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도발적인 질문이 불러온 소용돌이는 잔잔했던 일상을 뒤집어엎는다. 미스터리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비극적인 진실만이 아니다. 1957년 영국, 그곳에서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굴레에 지친 여성들에게 소용돌이는 오히려 탈출구다.

정상성이란 커튼 뒤에 가려졌던 ‘비주류’ 여성들의 삶이 수면 위로 올라온 순간, 그동안 맛본 적 없는 ‘작은 즐거움’을 발견한다. 그들이 찾아낸 저마다의 작은 즐거움은 고요한 찻잔 속에 각설탕 한 알을 떨어트려 저은 듯 달콤하면서도 쌉쌀하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나란히 마주 앉은 당신 앞에도 ‘스몰 플레저’는 찻잔을 밀어 놓는다. 여전히 우리는 목이 마르기에…. (황예린 / 문화비평가,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황예린



■베이비 박스(융 글·그림 / 윤예니 옮김 / 바람북스)

베이비박스



도저히 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는 엄마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는 아기, 그리고 베이비박스. 이렇게 버려진 아이들은 한 번도 밟아 본 적 없는 땅에 입양되고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 시설로 보내진다. ‘뿌리’가 없는 이들은 머릿속에 물음표를, 가슴속에 이질감을 품고 생을 살아가게 된다.

주인공 클레르의 엄마는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에도 자신이 친모가 아니라는 진실을 털어놓지 못했지만 이내 클레르는 비밀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연다. 그녀가 어디에서 왔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 탐색의 시작은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을 것이리라. ‘베이비 박스’의 저자 융 헤넨은 한국인 입양아라는 정체성을 갖고 버려진 아이의 뿌리, 존재한다는 것의 근본적 이유를 찾는 자전적 스토리로 본인과 같은 ‘아름다운 이방인’들에게 위로·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 (김정빈 / 출판칼럼니스트, 9N비평연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홍보위원)

김정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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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엄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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