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려야 되는데… ‘실탄’ 다 써버린 중앙은행들

김지섭 기자 2023. 9. 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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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급등]
8월 9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AFP 연합뉴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들썩이자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너무 많은 ‘실탄(금리 인상)’을 써버린 탓에 추가 인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잡은 물가가 다시 치솟았던 1980년대 미국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선 석유 파동과 돈 풀기로 1979년 물가 상승률이 13.3%까지 상승했다. 해결사로 등장한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취임 후 1년 3개월 사이(1979년 9월~1980년 12월) 금리를 연 12.2%에서 연 22%로 10%포인트 가까이 올리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이런 노력에 물가상승률을 1983년 2%대까지 떨어뜨릴 수 있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생각한 연준은 1984~1986년 금리를 6%포인트가량(11.6%→5.8%) 낮췄다. 그러자 1980년대 후반 다시 인플레이션이 심화돼 1990년 들어서는 6%대를 기록했다. 물가를 완전히 잡지 않은 채 통화 정책 방향을 함부로 전환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사례다.

그래픽=김하경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지난해 6월 9.1%까지 오른 뒤 올 6월 3%대까지 떨어졌지만, 연준이 쉽사리 금리 인상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지난 7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그런데 물가가 다시 꿈틀거려도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재차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高)금리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며 기업과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고금리 상황인데, 금리가 더 오르면 소비와 투자 여건이 크게 악화돼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지만 허약해진 각국 경제 체력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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