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기다림 속 들린 소음 속 자연의 참소리

강주영 2023. 9. 7. 00: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강에 가까이 갈수록 새소리, 곤충소리가 들렸던 것 아세요? 한강은 여전히 살아있던 거예요." 강릉에 사는 홍나겸(52) 미디어 아티스트는 지난 3∼5월 서울 한강을 돌았다.

그는 "차 경적, 사이렌 소리가 난무하는 도심에서 한강에 가까이 갈수록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리가 나요. 한강이 소리의 완충지 역할을 한 거예요. 강이 없었으면 아마 다들 정신병에 걸렸을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나겸 사운드미디어아트 개인전
이달까지 서울시청 ‘W심포니’
‘수도 서울’ 공모 선정작 전시
롱테이크 기법 한강 야생 조명
“강원 사람만 볼 수 있는 자연 속
침묵 못 견디는 우리 돌아 봐”
▲ 홍나겸 작가가 영상 촬영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W 심포니’ 전시 현장.

“한강에 가까이 갈수록 새소리, 곤충소리가 들렸던 것 아세요? 한강은 여전히 살아있던 거예요.”

강릉에 사는 홍나겸(52) 미디어 아티스트는 지난 3∼5월 서울 한강을 돌았다. 대교 아래 자전거 도로를 넘어 물이 코 앞에 보이는 생태공원은 자생적 뭍이나 마찬가지다. 그위로 삼각대를 세워 한참을 기다린다. 일명 ‘롱테이크’. 그렇게 3∼4시간을 버티면 온몸이 시리다. 기다림을 통해 얻는 것은 ‘알아주길 기다려온 진짜 자연’이었다. 그는 “차 경적, 사이렌 소리가 난무하는 도심에서 한강에 가까이 갈수록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소리가 나요. 한강이 소리의 완충지 역할을 한 거예요. 강이 없었으면 아마 다들 정신병에 걸렸을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강릉에 살며 자연스럽기만 했던 풀벌레, 새소리를 그는 서울에서도 찾았다. “강원도에 살았기 때문일 거예요. 자연 언어를 몸으로 체득하며 살았으니까. 사실 기대 안했는데 더러울 것 같았던 한강 물에 힘이 넘쳤어요. 치맥하러 자주 가는 곳에도 야생이 있었어요”라며 “강원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자연이 있죠”라고 덧붙였다.

홍 작가는 오는 30일까지 서울시청·시민청 소리갤러리에서 사운드미디어아트 개인전 ‘W 심포니’를 선보인다.

서울시청·시민청 기획전시 웨이브2023 ‘수도 서울’ 공모에 선정돼 갖는 전시로 한강을 담은 영상 5편을 선보인다. 도심을 가르는 한강을 ‘물은 춤’, ‘물은 빛’, ‘물은 화음’ 등 3개의 시선으로 풀었다. 바람에 요동치는 물결부터 물가에 사는 야생 동·식물, 곤충등 야생을 조명했다.

작품을 위해 매번 갔던 생태공원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는 “10테라바이트 가까이 되는 영상을 찍었는데 몇 분마다 울리는 사이렌과 폭주족 소리에 사이에 묻힌 자연의 소리를 모았더니 5분이 채 안되는 거예요. 그만큼 우리가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돼 있던 거죠”라며 “우리는 침묵을 잘 견디지 못해요 시각 중심으로 흘러온 사회 때문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5분의 영상 에는 살아있는 물소리와 쇠오리, 박새, 찌르레기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홍 작가는 소리가 다른 소리를 없애는 독식의 사회에 질문을 던진다. ‘치맥’을 하는 공간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사회, ‘그대로의 자연’을 조명한다. 그가 고되지만 ‘롱테이크’를 고수하는 이유다.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최대한 ‘자연의 일부’가 된다. 숨 죽이고 서서 자연이 받아줄 때까지 기다린다. 삶이 있다면 죽음도 있는 곳이 홍 작가가 본 자연이다. 자연을 담는 방식에도 이런 생각이 묻어난다. 그는 “드론으로 담았다면 더 멋있었을지 몰라요. 그런데 그건 인간이 자연을 아래로 내려다본 관점이에요. 우리도 자연의 일부인 걸요”라고 했다. 이어 덧붙였다. “민들레밭이나 덤불은 인간이 만들 수 없잖아요.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돈으로 살 수 도 없죠. 자연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일은 저에게 숙제 같은 일입니다.” 강주영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