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수영장에서는 설사하지 말자

2023. 9. 6.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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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누가 볼일 본다고
과학적으로 유해성 판단 안 해
돼지 똥도 바다에 안 버리는데
日 오염수 상식대로 처리해야

“수영장에서 오줌 누면 주변 물 색깔이 변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 외국의 호텔 수영장에서 가끔 볼 수 있는 거짓말이다. 그런 화학약품은 이 세상에 없다. 설령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사용할 수영장은 없을 것이다.

길이 25m, 6레인, 깊이 1.4m의 동네 수영장에는 대략 53만ℓ의 물이 들어 있다. 여기에 누가 350㎖ 정도의 오줌을 누면 어떻게 될까? 0.000067% 오줌물이 된다. 사실상 0%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음,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고 오줌 누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성인 가운데 19%는 인생 중 한 번은 수영장에서 소변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영장을 이용하는 것은 그래도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측정해보니 동네 수영장에는 대략 48ℓ의 오줌이 있다. 부피비로 계산하면 0.01% 오줌물이다. 우와! 생각보다 많다. 오줌에 색깔이 변하는 화학약품이 개발되고 이 약품 사용이 의무화된다면 동네 수영장은 모두 문 닫아야 할 것이다.

만약에 누가 수영장에서 설사를 하면 어떻게 될까? 설사는 증상에 따라 그 양이 다르지만 대략 1ℓ라고 해보자. 누가 수영장에서 설사를 하면 수영장 물은 0.00019% 설사물이 된다. 마찬가지로 사실상 0%다. 수영장 물을 조금 삼켜도 해로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누군가 설사를 한다면 모든 이용객들은 기겁하고 물에서 나올 것이다.

요즘 과학이 고생이 많다. 내 생각은 다르지만 국무총리가 핵처리수라고 하자고 외치니 일단 그렇게 불러본다. 그런데 정말 처리됐을까? 이것은 일본 정부의 주장이다. 우리까지 그렇게 쓰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가 아니다. 왜? 과학은 데이터로 하는 것이다. 어떤 외국 과학자들도 스스로 측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숫자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홍익인간 인성교육을 하는 어느 도사는 대략 “과학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고 서양에서 열심히 해 놓은 보고서를 읽기만 해도 우리는 벌써 과학자”라는 말을 했다. 미안하지만 과학은 남이 만들어 놓은 데이터를 읽고 믿는 게 아니다. 데이터가 없으니 우리는 어느 게 과학적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다. 그러니 핵처리수 배출에 대해 과학자들의 의견을 묻는 일은 소용없다.

일본의 핵처리수 배출을 두고 어떤 태도를 갖는 게 과학적일까? 공자님 말씀대로 하는 것이다. 명심보감에 호신불호학(好信不好學) 기폐야적(其蔽也賊)이라 했다. 배우지 아니하고, 즉 의심하고 질문하지 않고 무턱대고 믿기만을 좋아하면 남을 해치는 폐단이 된다는 것이다.

설사 핵오염수라고 해도 그 넓은 바다에 나누어 버리는데 뭐가 문제가 될까? 산수로 계산해 보면 티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에 바닷물을 마시는 사람이 있나? 바닷물이 아니라 거기에서 나오는 해산물을 먹는다. 방사성 물질은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언젠가는 우리에게 오게 되어 있다.

여기서 잠깐! 당장 해산물을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먹이 사슬을 통해 우리까지 오려면 아직 멀었다. 시간이 한참 남았다. 일단은 안심하고 드시라. 어떻게 하면 안심할까? 산수로 설명해야 할까? 아니다. 상식적으로 안심시켜야 한다. 왜 인근 국가들이 일본 해산물 수입을 금지하겠는가? 국민이 안심하고 해산물을 먹게 함으로써 자국 어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어민도 보호받아야 한다.

수영장에서 오줌을 누거나 설사를 하는 건 과학적으로 따져서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안 되는 일이다. “누가 설사를 했으니 그 수영장 물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소”라는 이용객에게 “과학적으로 따져보니 아무런 문제가 없소”라고 하거나 “괜한 소문을 내지 마시오”라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가축 분뇨 해양투기를 금지하고 있다. 돼지 똥도 바다에 안 버리는 게 상식인 세상이다. 괜히 과학 힘들게 하지 말고 상식대로 하자.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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