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경석]물 건너간 의경 재도입…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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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권 관계자로부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발표했던 '의경 재도입' 방침이 사실상 무산된 배경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한 총리는 지난달 23일 흉악 범죄 대책을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한 대로 의경 재도입 검토가 백지화된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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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지난달 23일 흉악 범죄 대책을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에서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루 만에 총리실은 “경찰 인력을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추가 보강이 필요하면 재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설명자료를 배포해 ‘적극 검토’라는 말을 주워 담으며 수위를 낮춘 것이다.
통상 국무총리가 직접 “적극 검토하겠다”고 하면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관례다. 한 총리는 발표 당시 “국민의 안전한 일상과 생명을 반드시 지켜낸다는 정부의 비상한 각오”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한 총리 말이 무색하게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경 재도입 논의를 두고 “쉽게 동의할 사안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병력 자원이 부족해 폐지한 의경 제도를 부활시킬 순 없다는 취지였다.
총리가 직접 나서 발표한 사안을 둘러싸고 해프닝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정부 내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이 작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그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중용된 최근 장차관급 인사 발표 이후 기재부 장관 출신 한 총리에게 힘이 쏠리는 걸 견제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런 흐름에서 정권 유력 인사가 의경 재도입 논의에 제동을 건 것”이라고 했다.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한 이 관계자의 설명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런 얘기를 듣긴 했지만 터무니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시대 당파싸움에서나 나올 법한 말까지 나오는 건 그만큼 의경 재도입 논의 발표 및 번복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리실의 속내도 궁금했다. 하지만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한 대로 의경 재도입 검토가 백지화된 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리실 측이 대국민 담화 발표에 배석했던 윤희근 경찰청장이 8000명이란 숫자를 언급하면서 일이 커졌다고 푸념한 걸 들었다”고 했다. 당시 윤 청장은 “8000명 정도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서로를 탓하는 상황에 경찰도 억울함을 드러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잇따른 강력범죄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경찰 조직 논리 때문에 과도하게 의경 재도입을 주장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정부의 비상한 각오를 담아 흉악 범죄 대책으로 내놓은 의경 재도입 논의는 결국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치안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적어도 치안과 관련해선 정부가 불안한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발표를 번복해 오히려 불신을 키우는 일이 다시 있어선 안 될 것이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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